bakgyunho

구멍가게는 조만간 사라질 것이며 십 년쯤 뒤에는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에 수록된 그림으로 만나게 되겠지. 나로서는 구멍가게보다는 '점빵(점방이라는 표준말을 쓰기 싫다)'이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구멍가게라는 말은 어른이 되고 대학교육을 받고, 도시 생활을 하면서 쓰게 된 말에 지나지 않는다. 코흘리개 시절 내가 살던 시골 마을은 살 만한 곳이었다. 버스마저 들어오지 않는 산골 마을이었지만 점빵과 이발소, 심지어 '고약'을 직접 만들어 파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판매자가 팔겠다고 내놓은 책이 너무 갖고 싶었는데 차마 구매하겠다는 댓글을 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꼼수를 생각해냈다. 판매자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이메일 계정을 이용해서 책을 사겠다는 메일을 보낸 것이다. 판매자에게 금세 답장이 왔다. 그 책을 나에게 팔겠단다. 그런데 그다음 말이 나를 기겁하게 했다. 팔긴 팔겠는데 혹시 저번에 본인이랑 댓글로 대판 싸운 '박 선생'이 아니냐고 물어왔다. 그뿐만 아니라 "저번에 나랑 싸운 뒤라 민망해서 다른 이메일 계정으로 연락한 것이 아니냐"라는 정확한 추측까지 덧붙였다. 나는 즉시 답장했다. "그때 그 사람이 누군지 나는 모르겠다. 난 당신과 처음 거래한다"라고 말이다.
책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은 은둔자에게 좋은 방어벽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직장의 사무실에서 고개만 들면 직장상사와 눈이 마주치는 최악의 입지를 가진 사람에게 권한다. 책상 위에 책장이나 선반이 있다면 좋겠다. 고개를 들어도 상사와 눈이 마주치지 않는 높이로 책을 쌓아두면 여러 가지 이득이 생긴다. 책의 장르도 중요하다. 제목만 봐도 책의 내용을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고전이 좋겠다. 그래야 무슨 책이냐며 당신의 자리에 일부러 다가와 책을 펼쳐서 당신의 평화를 방해하지 않고 당신이 매우 지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 다수의 장서가는 공간에 대한 한계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책을 사는 일이 두렵고 새로운 좋은 책을 발견하는 일이 불편하게 될 수도 있다. 책을 사다 둘 곳이 없으며 억지로 구겨 넣는다고 해도 제때에 제대로 활용하기가 힘들다. 심지어는 그 책을 자신이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지내기도 한다. 누가 강유원의 '책과 세계'를 강력추천해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드디어 주문했고 배송이 시작되었다. 그 무렵 책이 넘쳐서 정리되지 않은 책장을 뒤척거리다가 '책과 세계'를 발견했다.
진돗개가 그렇듯 장서는 한 주인만을 섬긴다. 주인을 잃은 장서는 안타깝지만, 애물단지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주인이 세상을 떠나며 버림받은 유기견의 신세와 비슷하다. 장서를 의도치 않게 떠안은 자식들은 대개 헌책방이나 고물상에 무게를 달아 팔아넘긴다. 이런 이유로 헌책이나 희귀본 수집가들에게 최고의 기회는 다른 교양 있는 장서가의 죽음이다. 내 서재의 문제로 넘어가 보자. 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지금도 내 서재의 장서는 풍전등화 신세다.
사진가 남편은 아내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충격을 받은 남편은 아내를 위해서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웃음이 최고의 명약'이라는 명언을 떠올린다. 전형적인 중년의 몸매를 가진 남편은 아내를 위해서 기꺼이 오직 튀튀만 입고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서 아내에게 선물하기로 한다.
적어도 책을 읽었으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제갈인철이야말로 신세계를 개척한 탐험가라고 추앙할 만하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가설 즉 문학은 노래다라는 것을 입증하고 실천해온 '북뮤지션' 이기 때문이다. 그간 무려 150여 곡의 '소설 노래'를 작곡했고 500여 회 이상의 공연을 해온 제갈인철의 공적은 뻔한 말로 독서를 장려하는 그 어떤 독서운동가의 노력과 성과에 뒤지지 않는다.
4·3과 필화사건에 관한 행적은 뒷이야기로 다루어질 뿐이다. 희한하게도 우리 현대사에서 군사정권과 맞서 싸우다가 오랜 수형생활과 고초를 겪은 분들의 저서는 일상생활과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한 경우가 많다.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신영복의 <청구회 추억>,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와 더불어 시인 이산하의 <양철북>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남자가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일 중에 하나가 '어머니를 손수 간병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혼자만의 특수한 경험인지는 모르나 내가 중풍으로 쓰러지신 어머니를 돌봐보지 않았다면 어머니의 손이 그렇게 크다는 것도 영원히 몰랐을 것이고, 손수 씻겨드리지도 않았을 터였다. 2002년에 새벽녘 밭에서 쓰러지시고, 늘 함께 다니던 애완견의 애탄 구조요청 덕분에 간신히 병원으로 옮겨지신 어머니는 우리 집을 포함해서 정확히 12곳의 병원, 요양병원, 거처를 옮겨 다니셨고 그 모든 행선지는 내가 결정하고 함께했다. 내가 12년간 주로 남의 손을 빌려 어머니의 끼니를 봉양했다면 <나는 어머니와 산다>를 출간한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소장)씨는 치매초기의 어머니의 삼시세끼를 손수 봉양해오고 있다.
사진집 <두 면의 바다>는 오직 사진 감상 그 자체에 집중하도록 배려한 보기 드문 사진집이다. 장정이나 내지의 고급스러움 때문이 아닌 디자인과 사진의 배치로 독자들이 사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시도가 참신하다. 이 사진집의 편집상의 가장 큰 특징은 표지에 책 제목이 없다는 것이다. 표지에 제목이 없는 책(사진집)은 적어도 나는 처음 보았다. 게다가 사진가의 이름조차 없다. 이 놀라운 시도의 의도는 분명하다. 독자들이 사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의 차원에서 나온 발상이다.
고양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 즉 기원전 4000년경부터 인간의 반려동물이었지만 여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본능이 남아 있다. 고양이의 숨겨진 야생 본능을 가장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 보기에 '고양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귀여운 행동'인데 저자의 실험에 의하면 고양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고 진지한 목적의 행동, 즉 사냥을 하는 것이다. 고양이는 장난감을 진짜 동물로 생각하고 있어서, 당연히 털이나 깃털이 있고 다리가 여러 개 달린 생쥐 크기의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변덕이 심해서 자주 장난감에 싫증을 내는 것이 아니고, 그 장난감이 '사냥감'스럽지 않아서 그렇다는 결론을 생각해 낼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장르소설을 즐기지 않아서 <아발론 연대기>도 감탄과 경외만 했을 뿐 그 비싼 가격에 대한 부담도 되고 해서 사지도 못한 처지였다. 더욱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그때 그' <북스피어>가 여태껏 살아 있다는 게 신기했고 반가웠다. 10년 동안 잊고 있었던 이름이었던 게다. 그러나 10년 전 출현할 때부터 이미 범상치 않은 출판사와 그 사장이란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출판인생과 주변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니 1초의 주저함도 없이 주문을 했고 받자마자, 들고 다니던 소설책을 집어 던지고 이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제주도를 첫 번째 촬영지로 선택한 것은 그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옛 모습을 급격히 잃어가는 다급함 때문이리라. 그래서 임재천의 제주도 사진이 더욱 귀하고 절박하다. 사진집 <제주도>를 펼치면 제주도의 멋진 풍경이 우리를 맞이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제주도의 속살 겹겹이 스며있는 우리 이웃의 삶의 현장이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가 서점에서 팔린 것은 단 하루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 만에 팔려봐야 몇 권이나 팔렸겠는가? 자연스럽게 이 책은 희귀본 애호가의 표적이 되었는데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책이었다. 그런데 개인 간 헌책 거래사이트에 이 책이 매물로 떴다. 더구나 판매가격이 기절초풍할 만했다. 단돈 500원에 팔겠다는 것이다. 희대의 희귀본을 단돈 500원에 팔겠다는 그 판매자는 졸지에 슈퍼 울트라급 엔젤로 숭상되었고 헌책 수집계의 '간디'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그 판매자의 영광은 굵고 짧았다.
"세상 사는 거 별거 없다. 속 끓이지 말고 살아라. 너는 이 어미처럼 애태우고 참으며 제 속을 파먹고 살지 마라. 힘든 날이 있을 것이다. 힘든 날은 참지 말고 울음을 꺼내 울어라. 더없이 좋은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은 참지 말고 기뻐하고 자랑하고 다녀라. 세상 것은 욕심을 내면 호락호락 곁을 내주지 않지만, 욕심을 덜면 봄볕에 담벼락 허물어지듯이 허술하고 다정한 구석을 내보여줄 것이다. 별것 없다. 체면 차리지 말고 살아라."
헬렌 한프는 무려 20년간 런던의 조그마한 고서적 전문 서점 마크스의 직원 프랭크 도엘과 편지를 주고 받는다. 말이 편지지 엄밀히 말하면 헌책을 거래한 내역에 지나지 않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은데 정감이 넘치고 심지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뉴욕의 가난한 독자와 전시를 겪으면서 궁핍했던 런던의 헌책방의 눈물겨운 우정은 편지를 주고 받은 당사자인 프랭크 도엘이 사망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20년간의 우정을 인연으로 런던을 방문해달라는 서점 직원의 제안도 가난한 뉴욕의 작가는 끝내 응하지 못한 채로 이 세상을 떠났다.
첫째, 글쟁이가 되려면 '비만'과 '변비'를 경계해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독서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읽기만 하고 '배설'을 하지 않으면 글쓰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설'이라 함은 독서를 하고 나서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글쟁이가 될 수 있다. 일기도 좋고, 개인 블로그도 좋다. 독서가 숨을 들이쉬는 행위라면 글쓰기는 숨을 내쉬는 행위다. 숨을 들이키기만 하고 내쉬지 않으면 안 된다.
형식이 파격적이고 독특할 뿐만 아니라 추천도서의 목록도 이채롭다. 가령 '연애달인으로 만들어주는 책 10+1'이란 꼭지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읽어주기 가장 좋은 시라는 이유로 <입 속의 검은 잎>과 닳을 대로 닳은 연재 스킬이 담긴 <리스크 없이 바람피우기>를 함께 소개한 쿨함은 그 어떤 책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매력이다.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을 체득하는 과정이 유머스럽게 펼쳐져 있고 비싼 회비와 거창한 기구가 아닌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방법과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식스 팩과 말벅지를 목표로 하는 책이 아니다. 식당에서조차 벽이 있는 자리를 선호해서 툭하면 벽에 기대는 당신에게 식스 팩보다 급한 것이 '건강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
제품 패키지(병, 캔)를 수집하는 사람부터 코카콜라가 오래 전부터 다양하게 만들어서 공급했던 각종 판촉물이나 광고물을 수집하는 사람까지 수집의 분야도 다양했다. 병, 캔 같은 일반 제품 패키지부터 수집용 한정판 패키지 뿐만 아니라 각종 제휴 프로모션용 컵과 식당이나 소매점에 제공하는 판촉용 컵, 전화기, 필기구, 전화카드 등 코카콜라가 만들었거나 코카콜라가 그려져 있는 것들은 열심히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은 1000여점이 넘는 콜라 컬렉션을 일궈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