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myeongbok

홍 대표는 한·미 공조에 찬물을 끼얹는 트럼프를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문 대통령을 나무라고 있습니다. 단합이 필요한 위기 상황에서 동맹국을 비난하는 트럼프도 문제이지만 그런 트럼프에게 동조해 자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홍 대표는 더 큰 문제입니다. 한·미 동맹을 이간하고 남남 갈등을 유발하는 김정은의 계략에 말려 드는 자살골 아닙니까.
핵무기는 보유함으로써 의미를 갖는 정치적 무기이지 필요하다고 쓸 수 있는 군사적 무기가 아닙니다. 김정은이 온전한 정신을 갖고 있는 한 핵무기를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한·미 양국의 대응도 여기서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 '100% 안보'는 없습니다. 절대안보의 추구는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 끝없는 악순환을 초래할 뿐입니다. 안전을 추구할수록 서로 불안해지는 '안보 딜레마'의 역설입니다.
김정은에게 핵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아버지 김정일에게 핵은 조건이 맞으면 맞바꿀 수도 있는 흥정의 대상이었지만 갈 길이 구만리 같은 김정은에겐 다르다.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ICBM 개발까지 완성하는 것이 그의 지상 목표다.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수준의 억지력을 확보함으로써 자신과 정권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계산이다.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 어떤 경제적 제재나 압박, 무력시위로도 그의 방정식을 바꿀 수 없다는 게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는 한 군사적 옵션은 현실적 선택지가 될 수 없다.
경위가 어떻든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이 뉴스메이커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보기에 안 좋은 건 둘째치고 정책에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뉴스의 한복판에 섰다. 지난주 워싱턴 우드로윌슨센터 세미나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세미나에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사견을 전제로 대답했을 뿐이라지만 논란은 불가피하다. 문 교수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문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말은 곧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드러나지 않게 뒤에서 조용히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이 특보의 역할이다. 공식적인 발언은 가급적 자제하거나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게 옳다. 말이 길어지면 설화(舌禍)가 따르기 마련이다.
선제타격은 사실상의 선전포고가 될 수밖에 없다. 수년 내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리 싹을 잘라 내야 한다는 게 선제타격론의 주된 논거다. 미국에 대한 잠재적 위협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제2의 한국전쟁을 불사한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논리다.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게 뻔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순 없다. 어떤 한국 정부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유로존과 EU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르펜의 당선은 유럽통합 65년 역사의 종언을 의미한다. 영국 없이도 EU는 굴러갈 수 있지만 프랑스가 빠진 EU는 상상할 수 없다. 그의 당선은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에서 시작된 포퓰리즘과 보호주의, 고립주의의 쓰나미가 프랑스의 둑을 무너뜨리면서 유럽대륙에 본격 상륙한다는 뜻이고, 나치즘과 파시즘의 광풍이 몰아쳤던 1930년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평화와 협력의 시대가 끝나고 분열과 대결의 시대가 온다는 의미다.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미래가 2017년 프랑스 대선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취임사에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비전으로 다시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위대함의 정체가 뭔지 모르지만 적어도 장벽을 쌓고, 종교를 이유로 남을 차별하고, 고문과 불법구금으로 인권을 탄압하고, 언론과 맞서 싸우는 것이 위대함과 거리가 먼 것은 분명하다. 경제에서 안보까지 모든 것을 오로지 미국의 이익에 입각해 판단하고 결정하겠다는 것 또한 위대함과는 거리가 멀다. 독일에서 히틀러가 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평생 꽃길만 걸어 온 반 전 총장은 또다시 꽃가마를 타고 꽃길을 걸을 기대에 부풀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나이 못지않게 사고도 구시대적이다.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내 한 몸 불사르겠다"는 출사표는 살신성인(殺身成仁)과 멸사봉공(滅私奉公)을 외치던 1970년대를 연상시킨다. 새마을운동을 칭송하고,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를 높이 평가하는 데서는 기회주의의 구린내가 난다.
한 달 후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외교 환경의 일대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은 더욱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 핵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은 완전히 예측 불허다. '하나의 중국' 정책마저 협상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가 주한미군을 협상카드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뗀 지금이 한국 외교에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간섭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데다 순방외교의 과중한 부담에서 벗어나 있는 과도기적 상황이 한국 외교의 활로를 탐색하는 귀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촛불시위로 박근혜 대통령은 그토록 염원하던 국민 대통합을 이루어냈다. 물론 가장 큰 업적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새삼 깨닫게 해준 점이다. 시민들의 평화로운 의사 표시가 갖는 힘과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일깨워주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 점도 업적이다.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박근혜 즉각 퇴진'과 '박근혜 구속'을 외쳤다. 신뢰와 자격을 잃은 대통령이 대통령 행세를 하는 것을 하루도 못 참겠으니 당장 내려와 사법 절차에 따라 죄에 합당한 벌을 받으라는 것이다. 그들이 우선 바라는 것은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한 사법적 정의의 실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