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성의 3만 관중, 최강희 감독도 춤추게 하다

2015년 7월의 마지막 주말, 전북 팬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남았다. 라이벌 팀 수원을 2대 1로 꺾은 기쁨도 있지만, 전주성에 운집한 3만여 명 이상의 관중이 축구장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분위기를 함께 연출한 것이 컸다. 골이 터지자 E석 2층을 포함한 많은 관중은 오오렐레를 함께하며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모두가 전북 선수들의 움직임에 환호하고, 열광하고, 또 기뻐했다. 황홀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했던 이날 전주성은 경기가 끝난 뒤 최강희 감독이 루이스와 함께 팬들 앞에서 춤을 추며 그 대미를 장식했다.

2015-07-29     임형철

(사진 : 전북 현대 모터스)

근데 어째 무언가 이상하다.

최강희 감독은 그라운드의 바위 같은 남자로 유명하다. 선수 입장 시부터 끝날 때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표정 변화가 없으니 무섭다는 인상마저 준다. 그런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춤을 출 정도면, 적어도 춤을 추게 만든 이유가 굉장하다는 것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3만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것이 최강희 감독을 춤추게 하였을까? 물론 그렇지만, 최강희 감독이 원 없이 기뻐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또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전북 현대의 현재 모습에서 찾아봤다.

#. '3만 관중'을 만들기 위한 전북의 단기적인, but 장기적인 노력

올스타 브레이크 내내 전북은 바삐 움직였다. 이전부터 진행해오던 전라북도 내 대학교와의 협약, 후원의 집(전북과 상생관계를 맺은 지역 업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북과 수원의 경기 일정을 열정적으로 노출했다. 선수들 역시 발 벗고 나섰다. 후원의 집에는 두, 세 명의 선수들이 각각 방문해 수원전에 팬들을 초대했고, 일부 선수들은 축구 불모지 순창에 있는 금과 초등학교를 방문해 메르스로 타격을 입은 순창 주민,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함과 동시에 경기 일정을 홍보했다. 에두의 대체자만 찾기에도 쉽지 않았을 이 기간에 모두가 마케팅에도 주력하는 모습은 대단해 보였다.

수원전을 맞은 전북은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사실 대부분의 마케팅 수단이 오래 전부터 꾸준히 시행해왔던 것들이다. (사진 : 전북 현대 모터스)

구단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상생 관계도 눈에 띈다. 전북의 클럽하우스가 위치한 완주군은 전북 현대의 공식 스폰서로 좋은 상생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수원전은 완주군민들이 티켓값 할인, 경품 당첨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완주군의 날'로 지정하여 많은 사람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였다. 물론 완주군에서 열릴 '와일드 푸드 축제'를 비롯한 행사들을 전광판으로 홍보하며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모습 역시 빠지지 않았다. 이 역시 도민구단으로서 전북의 가치를 한층 높여주고, 수원전에 많은 완주군민을 경기장에 불러오는 등의 효과를 가져왔다.

오랜 시간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꾸준히 실천한 마케팅의 노하우, 잠재적인 성과가 있었기에 2주간 준비한 단기적인 마케팅까지 빛을 발했다. 도민들의 인식에 이미 전북 현대의 가치가 긍정적으로 싹트고 있지 않았다면 단기적인 마케팅만으로 그들의 마음이 축구장을 향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북이 오랜 시간 공들인 지역 마케팅과 노력은 이제 그 성과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은 인원의 사람들이 전북의 높은 가치를 인정해주고 있다. 전북의 가장 큰 목표인 '평균 관중 2만 명 시대'가 머지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진 : 전북 현대 모터스)

#. '1위 팀' 전북, 성적만 '1위'가 아니다.

하지만 전북은 성적으로만 최고의 팀이 아니다. 올 시즌 그들이 특별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성적을 받쳐주는 팬들의 관심, 전주 시민들의 관심, 전라북도 도민들의 관심이 특별하기에 그들의 성적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최강희 감독이 부임하며 2005년 FA컵, 2006년 ACL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꼴찌 팀에서 주목해야 할 다크호스로 이미지를 변신한 전북은 2009년 역사상 첫 K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려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났다. 팀이 리그에서 선전한 2009년부터 전북의 관중 수는 상승세를 탔고, 실관중 집계가 도입된 2012년 이후에도 1만 명 대를 유지하며 굳건한 모습을 보이더니 올해에는 그 상승세가 절정에 달한 모습이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전북은 현재 리그 평균 관중 수 순위에서 2위를 기록 중이다. 수도권이 아닌, 인구도 적고 교통도 좋지 않은 전주에서 이루어낸 평균 관중 2위의 성과는 실로 대단하다. 겉으로 보이는 빛나는 성적표 때문에 그들의 한 해가 특별해 보일 수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는 전북은 팬들의 높은 관심으로 그들의 2015년을 특별하게 장식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전북 현대의 현재 모습이다.

(사진 : 전북 현대 모터스)

최강희 감독은 전북의 역사가 뒤바뀌는 출발점부터 정상에 오른 지금까지 전북 현대와 함께한 감독이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북이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이다. 이날 3만 명의 관중들이 전북을 연호하는 모습을 보고 가장 큰 감동을 했을 인물도 최강희 감독일 거라 예상해본다. 2대 1 승리의 공을 팬들에게 돌리며 춤을 추고, 감사의 절을 올리는 모습에서 누구보다도 기뻐하는 감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해온 전북이 드디어 도민들로부터 인정받게 된 가치는 최강희 감독도 춤추게 하였다.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