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이 생전 가혹행위 당했다고 지목한 김규봉 감독은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2일 김규봉 감독과 선수 2명의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2020-07-03     라효진
여준기 경주시 체육회장 ⓒMBC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인 故 최숙현 선수가 감독과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경주시체육회는 즉시 인사위원회를 열었으나 당사자들은 가혹행위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한국경제TV 등에 ”애초 재판 이후 인사위원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사안이 크게 불거지면서 오늘 인사위원회를 열기로 했다”고 알렸다. 감독의 경우는 사안이 품위 손상에 해당하는 만큼 직무 배제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YTN은 최 선수가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남긴 뒤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 사람들’은 이날 인사위원회에 불려간 김 감독과 팀 닥터, 선수 2명이다.

보도와 함께 공개된 녹취록에는 최 선수가 수년간 당한 각종 폭력의 증거가 남아 있었으며, 그가 적은 훈련일지 곳곳에는 폭행 피해를 겪은 날의 분노와 좌절 등이 적혔다. 최 선수는 이미 지난 3월 해당 인물들과 팀 닥터를 고소했으나, 끝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경주시체육회가 급하게 소집한 인사위원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故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경주시체육회가 연 인사위원회 ⓒMBC

 

″가혹행위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김 감독 외 2명은 ”왜 여기 왔는지 납득을 못 하고 있다”며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MBC에 따르면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인사위원회가 끝나고 ”선수에 대한 징계는 없다”면서 ”(오늘 부른 이들의) 진술을 들어본 결과 (최 선수의 주장과) 너무 상반되고, 그런 것(폭행 사실)도 없고”라고 말했다.

이어 여 회장은 ”(폭행 사실은) 시인을 안했다. 선수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누구보다 (최 선수에게) 더 애착을 많이 가졌다고 한다”며 김 감독이 다른 어떤 선수보다 최 선수를 더 아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날 불려온 세 사람은 선수단 소속이 아니라 인사위원회 청문 대상에서 빠진 팀 닥터가 모든 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여 회장은 ”(팀 닥터가) 구타하는 걸 김 감독이 말리는 걸로 파악이 됐다”면서 ”(팀 닥터) 덩치가 상당히 크다고 한다. 힘도 세고… 김 감독이 말리다 안돼서 선수들이 합세해서 말린 걸로 파악됐다”고 해명했지만 최 선수의 녹취록과 동료들의 추가 폭로는 인사위원회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이다.

‘트라이애슬론 유망주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기를 바랍니다’라며 최 선수를 죽음으로 몰고 간 관계자들을 일벌백계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3일 현재 6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