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39도까지 치솟았다.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권유받았다 (코로나19 검사 후기)

내가 좋아서 쓰는 글| 코로나19 검사 후기

2020-06-07     곽상아 기자

내가 좋아서 쓰는 글| 편집장도, 누구도 나에게 이걸 하라고 시키지 않았다. 말 그대로,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10살 조카가 한명 더 있어서 26개월짜리를 다 돌보면 이 아이와도 춤추고 최선을 다해 놀아야 한다)을 마치 부업처럼 하고 있어서 몸이 무리했던 걸까. 약국에서 파는 감기약을 먹고 잠들었다. 하지만 밤새도록 30분 단위로 깼다. 추웠고, 토할 것 같았고, 몽둥이로 누구한테 맞고 있는 것처럼 아팠다. 

ⓒkbeis via Getty Images

아침이 되어, 회사에 연차를 내고 병원 여는 시간만 기다리다 겨우겨우 씻고 병원으로 향했다. 100m도 안 되는 거리가 왜 그리 멀게 느껴진 걸까. 있는 힘을 다 짜내 5층에 있는 내과로 들어서 ”몸살감기 같아요”라고 말씀드리니 체온 검사를 한다. 결과를 본 간호사가 순간 놀라는 표정이 된다.

 

“39도예요. 저희 병원에서는 진료를 보실 수 없으니 사거리의 OO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아, 코로나 시대라서 그렇구나. 어쩔 수 없지. 또 있는 힘을 다 짜내어 OO병원으로 걸어갔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너무 고열이라며 병원 밖의 천막 진료소에서 진료를 봐야 한단다. 병원 안으로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병원 입구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30분을 기다렸다.

30분가량 기다려 천막 진료소에 들어가니 의사가 묻는다.

 

″아니요.”
″이태원 다녀오신 적은요?”
″전혀 없어요.”
”흠.. 그래도 이건 너무 고열이라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해요. 소견서를 써드리겠습니다.”

 

내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내가????????? 직업이 이래서 코로나19 기사를 날마다 보고, 쓰고 있지만 내가 미처 그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가장 근처에 있는 보건소로 안내받았다. 나는 정말로 택시를 타고 싶었으나, 코로나19일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은 마당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는 없겠지….내리쬐는 햇볕을 받으며 터덜터덜 걸어갔다. 몸은 흐물흐물거리고, 정신은 그야말로 메롱이니 여기가 바로 지옥으로 가는 입구로구나….

20여분을 걸어 겨우 도착한 OO보건소 선별진료소. 기사에서만 보던 ‘워킹스루’ 방식의 검사 시설이다. 내가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쯤으로 몹시 빠른 시간에 갔다고 생각했건만, 이미 스무명 되는 사람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친절한 청년이 날 보자마자 소독제를 권유하고, 위생장갑을 끼라고 한 뒤, 관련 서류 작성을 안내했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자매근린공원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워킹스루 현장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채취를 하고 있다.   ⓒ뉴스1

덕분에 챌린지는 저런 분들을 위한 것이구나’ 고열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 순간 존경심이 느껴졌다.

 

드디어

너무 무섭다) ‘이걸 빨리 해치워야 집에 돌아가 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눈을 꼭 감았다.

 

″입을 아 하고 벌리세요”

 

‘편도선염 때문에 병원 갔을 때 몇번 해봤던 거랑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깊었다. 훨씬 깊숙이 찔러넣었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가 ”앞으로 다시 오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약 20cm 길이의 면봉 중 최소 10cm 이상을 집어넣어야 한다더니....

ⓒShivendu Jauhari via Getty Images

″천장을 보세요”

 

이번에는 코였다.

 

‘아아아 제발.. 제발..제발 그만 쑤시세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깊숙이 찌르고, 찔러댔다. 눈물이 찔끔 나오던 찰나, ”끝났습니다” 의사가 말한다.

 

″혼자요”
″지금부터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해야 하니 관련 규정을 지켜주세요”
″그런데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는데요. 마트만 잠깐 다녀와도 될까요?”
″먹을 게 하나도 없다고요?”
″네..”
″그럼 최대한 빨리 마트만 이용하세요”

 

뙤약볕에 39도의 몸으로 20여분간 다시 집으로 터덜터덜 겨우 걸어왔다. ”구급차 좀 태워주시면 안될까요” 매달리고 싶었으나, 나보다 급한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그 말조차도 할 힘이 없어 그냥 집에 걸어오는 걸 택했다.

설마 코로나19는 아니겠지?? 내가 어딜 다녔다고 코로나야??? 아냐, 감염경로 모르는 환자 비율도 9%나 된다는데 나도 그 사람들 중 한명일 수 있잖아.. 근데 내가 코로나19면 어떻게 되지? 회사 전원 자가격리에, 내가 다니던 복싱장이 폐쇄될 것이고, 생존에 필요한 음료를 사기 위해 들른 편의점이 폐쇄될 것이고, 오빠가 운영하는 회사가 폐쇄될 것이고, 이제 막 등교를 시작해 기뻐하는 초등학생 조카가 또 학교를 못 가게 되고, 그 학교의 아이들도 학교를 못 가게 되고, 그 학교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자가격리를 해야 하고.. 오마이갓...

만에 하나 양성 판정이 나왔을 시 맞이하게 될 결과가 너무나도 끔찍했다.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코로나19면 어떡하나 걱정하다가, 커피 사 먹고 싶지만 커피숍 폐쇄될까 봐 걱정하며 창밖을 바라보다가, 혼자 소파에서 몸부림을 치던 순간. 문자가 날아왔다.

6일 오후 6시 30분경 날아온 문자. 검사를 받은 지 약 8시간 만이었다. 

띠로링. 음성!!!!!!!!!!!!!!!음성인 것이다!!!!!!!!!!!!!

 분명 검사 결과는 내일 나온다고 했는데, 검사 받은 지 반나절 만에 결과가 나온 것이다. 대한민국 행정력, 의료실력 최고다!!!!!!!!대박이다!!! 국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지만 이 순간만은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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