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 '윗선'은 누구인가

2015-07-23     김병철
ⓒduncan/Flickr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국회 통보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명백한 불법인 해킹을 한 사실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22일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추가로 규명되어야 할 의혹이 한둘이 아니라고 짚었다.

① 해킹 프로그램 사용은 명백한 불법

이런 형태는 ‘악성 프로그램의 전달 및 유포’와 ‘정보통신망 침입’,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행위다. 불법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정원 안팎의 어느 선까지 이에 가담했는지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② 곳곳에서 드러나는 민간인 사찰 정황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케이티 로그 기록에는 아예 “유인용 페이지가 출력됨”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접속자가 누구였는지 파악할 수 있는 망 사업자들은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는 만큼,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국정원은 ‘대북 첩보 수집 활동’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그와는 무관한 민간인 사찰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원이 해킹팀과의 전자우편 교신에서 유독 국내 이용자가 많은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나 국내 시판중인 스마트폰의 해킹 가능성을 적극 타진했던 것도 이런 의혹을 키운다.

③ ‘국정원의 감청 주장’ 타당한가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아르시에스와 같은 높은 수준의 해킹 도구가 감청에만 쓰인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견해가 많다. 지금까지 알려진 아르시에스의 기능으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는 거의 모든 정보를 검색·수집할 수 있고, 이용자 몰래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를 조종해 사용자 상태나 주변 상황에 관한 화상정보를 전송받을 수도 있다.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주 타깃은 중국에 있는 내국인”이라고 했으나, 보도가 나간 뒤 22일 다시 연락을 해와 “중국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의 사람을 의미한다”고 말을 바꿨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국정원이 국내법을 적용받는 국내기관인 만큼 국내법상 불법인 해킹은 그 대상의 국적이나 소재지와 무관하게 모두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해킹용 스파이웨어를 유포하기 위해 지역 벚꽃축제나 맛집 등의 내용을 담은 일반 네이버 블로그 글과 삼성 제품 업데이트 웹사이트 등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 첩보 활동과의 연관성을 좀처럼 찾기 힘든 이런 ‘미끼’는 일반인들까지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이 민간 피해를 초래하고 불안을 확산시켰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3차 피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정원이 네이버 등 민간 기업의 서비스를 방해한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홍석 변호사는 “네이버 블로그에 악성코드를 심은 사실이 확인되면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⑤ 국정원의 조직적 증거인멸 있었나

게다가 해킹용 스파이웨어 유포를 위한 주소(URL)를 요청한 국정원 직원이 사용했던 ‘데블에인절’(데빌엔젤·devilangel1004) 아이디 관련 블로그 게시물이 최근 삭제되는 등,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및 은닉이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⑥ 국정원 수사, 대통령 의지 없이는 불가능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때도 국정원은 이러한 이유를 대며 메인 서버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직원 조사도 쉽지 않다. 국정원직원법에는 수사기관이 국정원 직원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국정원장에게 그 사실과 결과를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상대방의 동의가 없으면 제대로 수사할 수 없도록 한 조항들 때문에 국정원을 상대로 한 수사는 대통령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민적인 의혹이 큰 만큼 고발이 들어오면 검찰로서는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 착수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달가운 표정은 아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과 국정원 모두 수사를 꺼릴 수밖에 없다. 권력기관끼리 충돌하면 서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 특별수사팀은 수사 방해 속에서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성과를 냈지만 윤석열 팀장 등 수사팀 대부분이 좌천됐다. 또 수사를 이끈 채동욱 검찰총장은 청와대와 국정원의 석연찮은 뒷조사와 혼외자 논란 속에서 불명예 퇴진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