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넥스트 인 패션' 초대 우승자 디자이너 김민주는 자신이 없어서 겸손한 게 아니다

세계 여성의 날|허프가 만난 한국 여성 ①

2020-03-08     김태우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입니다. 허프포스트가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한국 여성 두 명을 만나 그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 여성은 넷플릭스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넥스트 인 패션’의 우승자 김민주이며, 두 번째 여성은 저질 체력의 직장인이었으나 철인 3종 경기를 즐기는 체력의 소유자가 된 ‘마녀체력’의 저자 이영미씨입니다.

삼성디자인교육원(SADI) 패션디자인학과 졸업생,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석사, 한국인 최초 H&M 디자인 어워드 대상 수상자, LVMH 영 디자이너 프라이즈 준결승 진출자. 이렇게만 봐도 인상적인 디자이너 김민주의 이력서에 최근 한 줄의 경력이 더 추가됐다. “‘넥스트 인 패션’ 초대 우승자”

김민주 ⓒNETFLIX

패션 디자이너 김민주는 넷플릭스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에서 17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최종 우승자로 선정됐다. ‘넥스트 인 패션’은 전 세계에서 모인 디자이너 18명이 상금 25만 달러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네타 포르테’ 입점 기회를 놓고 겨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지난 1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편이 동시에 공개됐다.

‘넥스트 인 패션’은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그리고 내가 얼마나 능력있는 디자이너인지를 깨닫게 했다. 지금 나는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프로그램이 공개된 지 한 달여만인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민주는 일상으로 돌아와 브랜드 활동에 한창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25만 달러를 손에 쥔 이후에도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제가 했던 걸 인정받았잖아요. 변하지 않고 똑같이 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김민주 ⓒNETFLIX

‘넥스트 인 패션’ 초대 우승자, 민주 킴

‘넥스트 인 패션’ 초대 우승자가 된 걸 축하해요. 프로그램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한국에서 알려지고 싶었어요. 제가 뭘 하는지, 어떤 브랜드를 운영 중인지, 왜 이런 옷을 만드는지를 너무 알려주고 싶었어요. 홍보가 중요한 데 이거(‘넥스트 인 패션’)만큼 괜찮은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 든 거예요. 친언니의 엄청난 푸쉬로 참가하게 됐는데 사실 저는 걱정이 많았어요. 이미 5년 정도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까 많이 지쳐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재충전도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패션을 좋아하고 이제까지 자기 브랜드를 끌어왔던 디자이너들을 만날 것 아니에요? 그 사이에서 ‘제 지친 마음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출전하게 됐어요.

캐스팅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패션 매체 ‘비즈니스 오브 패션’에서 민주씨를 추천했다고 하던데.

=저도 그건 비하인드로 들었어요. 어떻게 알고 나한테 연락을 했냐고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비즈니스 오브 패션에서 꼽은 가장 영향력 있는 열 명의 신인 한국 디자이너 중에 제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연락이 온 건 2018년 겨울쯤이었어요. 처음에는 “이런 걸 계획하고 있는데 어때?”라고 묻는 정도였어요. 진지하게 연락이 온 건 2019년 1월이었고요. TV쇼에 출연하는 것이다 보니까 과정이 정말 복잡했어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걸 자료로 축약해서 보내야 했거든요. 예를 들면 재봉을 하거나 원단을 펼치는 모습, 스케치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 보내야 했어요. 포트폴리오도 보냈고 화상 인터뷰도 엄청 많이 했어요. 정신 감정도 해야 했고요.

정신 감정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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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알려지고 싶다는 목표에 다가섰다고 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목표가 생겼나요?

=저랑 저희 팀은 이제까지 우리가 했던 걸 인정받았잖아요. 그래서 변하지 않고 똑같이 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저의 디자인을 알리고 싶은데 지금 워낙 시국이 이러니까 내부 정리를 하고 있어요. 상금을 쓸 곳이 드디어 추려졌어요. 국제적인 플랫폼을 사용해서 브랜드를 더 발전시키는 거죠. 저희를 원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희 브랜드가 아직은 소비자들의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아서요. 그러다 보니까 해야 할 일이 많더라고요. 디자인 면에서는 항상 해왔던 걸 똑같이 변하지 않고 해야죠.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민주씨와 만나게 됐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도 여성 디자이너로 성장하며 벽을 느낀 적이 있어요. 패션계에는 워낙 남자들이 많고 ‘넥스트 인 패션’에서 보셨듯이 모두가 퀴어잖아요. 저는 여성은 물론이고 모두 다 자기만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목소리가 있다면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게 언젠가는 목표에 닿거든요.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말은 여성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하고 싶어요. 옛날 저희 교장 선생님이 항상 저한테 그 말을 해주셨던 말이거든요. 그게 지금 저를 만들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김태우 에디터: taewoo.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