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의 영원한 멘토 | 알프레드 연대기

배트맨 시리즈를 읽다 보면 문득 생각나는 의문이 있다. 알프레드는 대체 언제 잠을 자는 것일까? 이 초로의 집사는 호출하면 언제 어느 때고 또렷한 목소리로 응답하며, 배트맨이 범죄와의 전쟁을 벌일 때 컴퓨터와 레이더 앞에 앉아 밤새도록 그를 지원하고, 위기에 빠지면 어느새 달려와 도와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걸레가 된 배트슈트를 수선하며, 침구를 정리하고, 배트맨이 밥을 먹든 안 먹든 꼬박꼬박 정시에 완벽한 식사를 대령한다(심지어 티타임까지!). 거대한 웨인 저택과 배트케이브, 그리고 배트맨의 모든 장비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배트맨이 활동 중에 겪는 온갖 부상을 치료할 정도의 의술까지 갖춘 신비의 사나이.

2015-07-20     이규원
ⓒthe dark knight rises

배트맨의 영원한 멘토

─알프레드 연대기

1) 알프레드 탄생기: 1943년 『배트맨』 16호

신사의 제안을 거절하고 돌아온 배트맨과 로빈이 집에서 쉬려고 하는 순간,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자 그 신사가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 "안녕하세요. 쉬고 계신데 방해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군요. 괜찮으시다면 짐은 여기 놓겠습니다. 그 뒤에 제가 할 일에 대해서 대화를 하시죠." 거침없이 쳐들어온 신사는 곧바로 자신의 이름이 알프레드이며 웨인 가문의 집사가 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왔다고 소개한다.

알프레드 등장!(Here Comes Alfred). 만능 집사의 시작을 알린 『배트맨』 16호 표지.

(사진 출처: http://img2.wikia.nocookie.net/__cb20081128134341/marvel_dc/images/f/f9/Batman_16.jpg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2) 알프레드의 다이어트와 알프레드의 모험

영화를 따라가려는 만화 캐릭터의 눈물겨운 노력? 『디텍티브 코믹스』 83호 본문에서.

(사진 제공: 세미콜론)

3) 재구성된 알프레드와 배트맨의 만남

이 사건을 계기로 배트맨과 로빈의 정체를 알게 된 알프레드는 이후 비밀을 아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배트맨과 로빈의 옷을 세탁하고 거대한 배트케이브 곳곳을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청소하는 일을 전담한다. 이후 알프레드는 배트맨과 로빈의 코스튬 디자인을 개선하거나 기능을 추가하면서 때로는 배트맨과 로빈을 꽤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원래 배트맨은 일반적인 옷걸이에 배트슈트를 걸어 두었는데, 알프레드가 의상 담당이 되면서 옷걸이 대신 마네킹을 사용하게 했고, 이것은 오늘날 배트케이브를 대표하는 명물로 발전한다.

집사의 비밀이 밝혀지다. 알프레드의 탄생기가 새롭게 재구성된『배트맨』 110호 표지.

(이미지 출처: http://dc.wikia.com/wiki/Batman_Vol_1_110?file=Batman_110.jpg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4) 알프레드의 죽음

5) 영국 특수요원 알프레드와 알프레드 패밀리

이 1980년대 버전의 탄생기는 『배트맨』 16호에서 집사가 되기 위해 찾아온 알프레드와 『배트맨』 110호에서 부상당한 배트맨을 만나며 정체를 알게 되는 알프레드를 한데 녹여내며 스토리를 정리했다는 의의가 있다. 1981년 『디텍티브 코믹스』 501~502호에서는 설정이 더 정교해져서, 1944년에 그가 영국 정보부 특수 요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는 프랑스 레지스탕스와 함께 싸우면서 마리라는 여전사와 사랑에 빠졌고, 줄리아라는 딸을 낳았다고 한다. 이후 마리가 살해되고 줄리아는 마리의 동료인 자크 라마크의 가정에 입양되어 자랐다. 이 설정은 1986년까지 꾸준히 발전하여서 줄리아가 웨인 저택에서 살다가 비키 베일의 언론사에 취직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들에게 탈론의 존재를 경고하고 있는 자비스 페니워스. 『배트맨: 올빼미 도시』 분문에서.

(사진 제공: 세미콜론)

6) 카리스마 있는 멘토: 제프 존스의 알프레드

『어스 원』의 알프레드는 어린 브루스 웨인이 눈앞에서 부모의 죽음을 목격하는 그 순간부터 등장을 한다. 그는 토머스 웨인의 친구이며 만일의 때를 대비해 브루스의 법정 후견인으로까지 지목된 인물이었다. 그는 영국 해병대 출신으로 서울에서 보안 관련 일을 했던 적이 있는 전문가다. 한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다니지만, 그 정도로 걸을 수 있게 된 것도 토머스 웨인 덕분이라 한다. 여기서의 알프레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집사복 대신 청바지에 점퍼 차림을 입고 등장한다.

능숙한 히어로 배트맨을 보조하던 이전의 알프레드와 달리, 어스 원의 알프레드는 갓 배트맨이 된 초보 영웅 브루스 웨인을 다듬고 준비시키기 위해 그를 몰아붙이고 뺨을 때리는 등 카리스마 넘치는 스승 역할과 함께 복수심에 가득찬 어린 브루스가 엇나가지 않도록 따뜻하게 다독여 주는 아버지로서의 자상함까지 겸비하고 있다. 헌신적인 신부(『미션』)에서 무시무시한 테러리스트(『다이하드3』)까지 넘나들었던 제레미 아이언스라면 새로운 모습의 알프레드를 훌륭하게 그려낼 것으로 기대된다.

알프레드의 변신?! 제레미 아이언스가 만능 집사를 연기할 『배트맨 VS 슈퍼맨: 돈 오브 저스티스』예고편.

(영상 출처: http://tvcast.naver.com/v/451446)

* 이 연재는 세미콜론과 공동으로 기획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