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연구 분석이 나왔다

방독면을 사야하나

2019-12-12     이인혜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1일 부산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 도심이 흐리게 보이고 있다. ⓒ뉴스1

기후위기로 남한 서쪽 지역 풍속이 50년간 감소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갈수록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 분석이 나왔다. 풍속이 계속 줄면 올해 3월 초 일주일간 지속했던 고농도 미세먼지 사례보다 더 심각한 사례가 빈번히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19일 윤진호 광주 과학기술연구원 교수(지구환경공학부) 연구팀 분석을 보면, 1958년부터 2018년까지 50년간 2월과 5월 사이 남한 서쪽 지면 부근 ‘풍속 추세선’은 1.5㎧에서 1.25㎧로 0.25㎧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풍속 추세선은 풍속의 장기간 추이를 분석하기 위해 매해 풍속 변화를 직선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한해 평균 풍속이 1㎧를 넘지 않는 사례는 1995년까지는 발견되지 않다가 1996년 이후 6번으로 급격히 늘었다. 서울의 풍속도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2.57㎧였지만, 지난해는 1.7㎧로 뚝 떨어졌다. 올해 10월까지 서울 평균 풍속은 ★1.92㎧★이다. 윤 교수 연구팀은 ‘기후위기로 인한 남한 서쪽 지역 풍속감소’가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 발생’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 중이다.

최근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감소하는데도 미세먼지 나쁨일수가 늘고 있는 이유를 연구팀은 풍속 감소 때문으로 보고 있다. 윤 교수는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는 배출량과도 관련이 깊지만 평균 풍속도 주요한 원인”이라며 “평균 풍속이 줄면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빠져나가지 못해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가 발발하는 확률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서쪽 지역 풍속이 60년 동안 꾸준히 감소된 경향이 기록된 그래프 ⓒ한겨레/윤진호 교수 제공

실제 에어코리아가 관측한 2001년부터 2017년까지 겨울 동안의 서울지역 미세먼지(PM-10) 추이를 보면, 평균농도는 67㎍/㎥에서 2017년 54㎍/㎥로 줄어든 반면, 고농도 미세먼지발생 일수는 2016년 9회에서 올해는 23회로 2.55배 가량 늘었다. 고농도 미세먼지★‘나쁨’★은 미세먼지(PM-10) 81㎍/㎥ 이상, 초미세먼지(PM-2.5)가 36㎍/㎥ 이상일 때 발령된다.

또한 지난 3월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이례적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 때도 서울시의 풍속이 한동안 급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3월1일 2.1㎧였던 풍속은 다음날 1.1㎧로 뚝 떨어졌다가 조금씩 올랐고 초미세먼지(PM-2.5)도 3월1일 84㎍/㎥에서 3월5일 135㎍/㎥로 정점을 찍었다가 내려갔다.

윤 교수는 “기후변화로 풍속이 줄어 늦겨울 부터 이른 봄에 기승을 부리는 한반도 전역의 미세먼지가 일본으로 더디게 빠져나갈 확률이 생긴다”며 “앞으로 한반도 서쪽 부근에서 올해 3월처럼 갑자기 바람이 뚝 떨어지는 사례들이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서쪽해안, 유럽 지중해 인근, 미국 동서해안을 중심으로 대기가 안정화 돼가고 있는 모습. 대기안정화는 풍속을 줄이고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한겨레/윤진호 교수 제공

연구팀은 풍속이 느려지는 이유로 지구온난화를 들었다. 지구온난화로 남한 서쪽 지역 지상에서 약 2㎞ 떨어진 대기 하층이 점점 ‘안정화’돼 대기의 상하순환을 약화해 바람을 천천히 불게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한반도 서쪽 해안 뿐만 아니라, 유럽 지중해, 미국의 동서해안 인근 대기도 안정화되고 있다고 한다.

윤 교수는 “특히 한반도는 미세먼지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붙어있는데 풍속이 장기간 감소한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미세먼지 문제는 배출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풍속 감소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