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부머" 뉴질랜드 여성 의원이 '꼰대'를 잠재운 마법의 주문

영미권 Z세대의 감정이 담긴 한 마디다

2019-11-08     박세회

″오케이 부머.”

뉴질랜드 여성의원이 꼰대를 잠재우는 마법의 주문을 외쳤다. 

이 한마디에 지구상 여러 국가들이 가진 세대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 4일 뉴질랜드 녹색당 소속의 25살 여성 의원 클로에 스워브릭은 ‘탄소 제로’ 법안의 중요성에 대해 국회에서 발언 중이었다. 이 법은 2050년까지 뉴질랜드를 탄소 배출 제로 국가로 만들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스워브릭 의원은 “얼마나 많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수십 년 동안 (기후 변화와 관련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알면서도, (기후 변화의 결과를) 비공개로 하는 것이 더 정치적으로 편하다고 판단해 왔습니까?”라며 ”우리 세대와 우리 다음 세대는 그런 사치를 부릴 수가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50년이면 저는 56살이 됩니다”라며 ”지금 현재 52회 (뉴질랜드) 국회의 평균은 49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때 한 다른 국회의원이 그녀에게 야유를 보냈다. 스워브릭은 이 야유를 듣고 차갑고 냉정한 표정으로 마치 가던 길을 가다 자갈 하나 밟은 것처럼 말했다.

″오케이 부머.”

오케이 부머’는 Z세대들 사이에서 틱톡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들불처럼 번진 밈 중 하나로 30살이 넘은 어른이 가르치려고 들 때 쏴붙이는 말이다. ‘부머‘는 베이비붐 세대, 더 정확히는 호황기를 누리고 자라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했고, 인구로도 다수를 차지해 소비 및 정치 권력의 정점에 선 세대를 말한다. 여러 밈들 중 가장 유명한 아래 영상을 보면 ‘오케이 부머’가 무슨 뜻인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영상에서 백발의 할아버지는 폴로 셔츠에 야구 모자를 쓰고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 출생자)와 Z세대(1990년대 후반 이후 출생자들)들은 피터 팬 신드롬을 앓고 있다. 걔들은 성장을 하지 않는다”라며 훈수를 늘어놓는다.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이 꼰대의 잔소리에 지친 왼쪽의 소년이 뭔가를 써서 보여준다.

″오케이 부머.”

더 쉽게 말하자면, 이 말은 꼰대를 퇴치하는 십대들의 암호이며 주문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영미권의 십대들 사이에서 ‘오케이 부머‘가 얼마나 큰 인기를 얻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스워브릭이 뉴질랜드 의회에서 연설 중 야유를 보내는 꼰대에게 ‘오케이 부머’라 차갑게 대응한 영상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이유다. 

‘오케이 부머’ 티셔츠.

The OK BOOMER hoodie. (Shannon O'Connor via The New York Times) ⓒAP

‘오케이 부머’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그 윗세대를 향해 드러내는 증오의 감정을 담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현 2030의 세대는 ‘전후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못 사는 세대’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보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연구하는 연구원 조슈아 시타렐라(32)는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첫 세대가 될 것이다”라며 ”기본적인 생활비가 유례없이 높다. 우리는 수입의 50%를 임대료로 내야 하고, 아무도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전 세대는 우리 세대를 막다른 길로 내몰았다”라고 밝혔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