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뉴스피드 알고리즘 변경, 영업비밀은 어디까지?

페이스북은 지난 9일 콘텐츠 노출 알고리즘을 일부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보기'라는 기능을 추가해,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내가 선택한 특정인들의 콘텐츠를 우선노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그동안 수시로 또 광범하게 바뀌어왔지만, 대개 그 기준 변경이나 내용이 사용자 모르게 이뤄져왔다. 최근 페이스북의 잇단 알고리즘 변경 발표가 흥미로운 점은, 페이스북의 정책 변화다. 노출 기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공개하고, 또 노출 우선순위를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과거의 비밀주의에서 살짝 공개주의로 돌아선 것이다.

2015-07-15     구본권
ⓒshutterstock

나와 친한 사람이 새 글을 올리거나, 내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르면 내 담벼락에 주요하게 노출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댓글과 '좋아요'가 많이 달린 사람의 글이 우선노출된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친구 숫자나 활동성 등 페이스북에서 영향력 지수가 높은 사람의 글이 돋보이게 노출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페이스북이 나에게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듯 평소 인터넷 이용기록과 취향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선별한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9일 콘텐츠 노출 알고리즘을 일부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보기'라는 기능을 추가해,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내가 선택한 특정인들의 콘텐츠를 우선노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친구의 페이스북 프로필에 들어가서 '팔로잉' 단추를 누르면 '우선노출'을 선택할 수 있다. 지난 4월에 '친한 친구'의 정보를 더 많이 보여주는 방식으로 노출 기준을 바꾼다고 밝힌 데 이은 알고리즘 수정이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친구 증가로 '업데이트 홍수'가 일어나 이용자들의 흥미가 저하될 것을 우려해, 친한 친구들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는 데 이어 사용자들이 보고 싶은 콘텐츠와 친구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2014년 6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뉴스피드 알고리즘 변경과 그 효과에 관한 논문을 실었다가 호된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사용자들을 구분해 뉴스피드에 각각 긍정적인 글과 부정적인 글이 노출되도록 하고 그 효과를 관찰한 실험 논문이었다. '감정 조작' 실험으로 불린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조작은 사회관계망 회사가 알고리즘 변경을 통해 사용자들의 실제 행동에 영향을 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광범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 논문 발표 이후 페이스북은 '연구성과 자랑' 모드에서 황급하게 '사과 모드'로 전환했지만, 사회적 우려는 가라앉지 않았다. 알고리즘을 통해 이처럼 사용자 모르게 뉴스피드를 조작하는 기술은 페이스북이 투표일에 특정 성향의 사용자들에게 이런 방법을 적용하면 투표참여율을 소폭 높이거나 낮추는 방법으로 정치권력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기술이다. 이 논문을 계기로 그동안 영업비밀로 간주되어온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알고리즘에 대해서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져나왔다. 페이스북이 비밀주의로 일관하던 알고리즘 정책 변경에서 바뀐 배경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