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디터의 신혼일기] 그 남자가 결혼식에서 통곡한 이유

이 글을 지금 발리에 있는 통곡씨와 리나에게 바칩니다.

2019-10-11     김현유
ⓒSBS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며칠 전 이야기. 우리 부부의 첫 결혼기념일을 하루 앞둔 토요일, 나의 베스트 프렌드 리나(가명)가 4년 반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식을 올렸다.

 축하해!

어쨌든 그런고로, 오랜만에 신랑과 한껏 하객원피스니 정장이니 하는 옷차림에다가 나는 귀걸이와 힐, 신랑은 넥타이와 구두까지 갖춰입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식장은 성당이었고, 시간이 되자 외국인 신부님이 나오셔서 식을 시작했다. 

“자, 그럼 신랑 통곡 Leo와 신부 리나 Agata는 서로에 대한 혼인 서약서를 읽으십시오.”

신부님께서 정확한 발음으로 말씀하시며 이들에게 뭐라뭐라 써 있는 종이를 내밀었다. 성당 결혼식에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독자님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원래 성당에서는 그렇게 한답니다. 암튼 통곡씨가 먼저 “저는 리나 아가타를 아내로 맞이하여 평생 어쩌구저쩌구 블라블라 짠짠짠”하고 읽었고, 리나가 마이크를 받아들고 “저는 통곡 레오를 남편으로 맞이하여…”하고 읽기 시작했다.

결혼을 한다는 게 실감이 난 그 순간, 울컥했던 것이다. 그토록 마초적인 신랑인데도! 신랑은 오열하는 통곡씨를 놀리면서도, 만약 혼배미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결혼식 당일에 분명 눈물이 났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결혼식을 앞두고 혹시나 눈물을 흘릴까봐 걱정하는 여자들은 많지만 그런 남자들은 드문 것 같다. 나의 신랑도 결혼 전날 ”여보가 울면 어쩔 수 없지”라고 말했고, 통곡오빠 역시 결혼식 전날 리나에게 ”결혼식 날 왜 울지?”라고 말한 바 있으니...

그러나 인륜지대사의 중대함 앞에는 성별이 따로 없는 듯하니,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랑신부들은 성적 고정관념을 버리고 혹시 터질 지 모르는 눈물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감사한 마음에 흘리는 눈물은 나쁜 게 아니니까! 다만 통곡오빠는 결혼식 이후 만인으로부터 본명 대신 김통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긴 했다. 평생 놀림감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