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디터의 신혼일기] '타짜3'에 곽철용이 안 나온 탓에 우리 부부에게 벌어진 일들

곽철용 게임 할 줄 아는 사람?

2019-09-27     김현유
ⓒMBC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격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얼마 전 일이다. 오랜만에 영화나 보러 갈까? 하고 백만년만에 영화관 데이트에 나섰는데 고른 게 ‘타짜3’.

‘타짜2’를 나름 재밌게 본 기억이 있는지라 별 거부감은 없었다. 비판이 많았지만 아무렴 뭐 당연히 타짜1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고, 타짜2 정도만 돼도 추석영화로는 괜찮다는 입장이었다.

본인 방금 ‘타짜3’ 재밌게 보는 상상함ㅋㅋㅋㅋ ⓒ영화 '타짜'
하지만 어림도 없지!!!!! ⓒ영화 '타짜'

밀도있는 평가는 못 내리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영화는 아주 매우 별로였다. ‘타짜3’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목소리가 마치 성우같이 좋으신 에디터K선배의 유튜브 채널(클릭)에서 볼 수 있고, 어쨌든 우리는 졸작에 지쳐 진이 다 빠진 상태로 영화관을 나왔다. 그리고 자책감을 느꼈다.

“왜 우리가 이걸 못 걸렀을까?”

‘핵인싸’ 부부로 산답시고 쪼인엠티처럼 여기저기 맨날 다 초대해서 음주가무하고 놀다보니까 뇌는 쪼그라들고 머가리에 남은 거라곤 닭도리탕 안주에 추가했던 우동사리뿐인 것이었다. 다 우리 잘못이었다.

술이나 마시며 보내버린 지난 1년 간의 신혼생활을 반성해보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주말마다 마시고 노는 생활을 총각일 때에 시작했다.”

….?

갑자기 내 남편이 적금 붓고 보험도 드는데 순정도 있는 깡패같이 보였다.

ⓒ영화 '타짜'

“그 나이때 술 마시던 놈들이 백명이라 치면은 지금 나만큼 마시는 놈은 나 혼자 뿐이야.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안경잡이같이 술자리 빼는 새끼들… 다 죽였다.

마누라, 테슬라 한 잔 따라봐라.”

뭐래... ⓒMBN

“올림픽대교 막혀서 마포대교 무너지는 소리하고 있네. 한강대교는 무너졌냐 이 새끼야!?”

“앗 아니 역시 당신... 이렇게 자연스럽게 술게임으로 넘기다니. 골든브릿지는 무너졌냐 마누라야?”

‘곽철용 게임’인 것이다.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그냥 돌아가면서 이 세상의 모든 다리를 읊으면 된다. 한 바퀴 턴이 돌고 나면 ”묻고 더블로 가!”를 외치면 된다. 먼 옛날 술자리 미팅자리에서 하던 ‘지하철~지하철~’ 게임과 흡사하지만, 그 게임과 마찬가지로 술 마시면 다리 이름이 생각이 잘 안 나는 게 단점이다. 동쪽도 안 되고.. 서쪽도 안 되고… 이 안에 뇌절이 있다. 그게 내 결론이다. 

ⓒ영화 '타짜'

그렇게 우리는 위대하신 곽-iron-dragon님으로 인해 계속 묻고 따블로 가다가 또 취했다. 이렇게 마셔대니까 곽철용이 나오는 타짜1같은 명작을 다시 볼 생각을 못하고 타짜3따위나 다시 보는 것이다. 술은 정말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그 와중에 생맥주 기계 거품이 시원찮길래 배터리를 찾으려고 일어섰는데…

“여보야,, 나도 꼬장이 있다. 니가 이런식으로 내 꼬장을 짓밟으면은 마 그때는 한 병 더 따는 거야! 앉어!”

.........

“ㅋ나 이대 나온 여자야... 내가 어떻게 꼬장을 받아?”

ㅎㅇ ⓒTkKurikawa via Getty Images

나의 그 말에 게임은 끝났다. 우리는 말도 안 되는 음주 반성따위 집어치우고 그냥 폰을 집어들어 우리의 친애하는 이웃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니? HㅏHㅏ… 내가 너한테 하나 물어보자. 너도 걔처럼 목숨 걸고 한잔할 수 있겠니?”

생각해보면 주말마다 부부끼리 술한잔하는 건 도박에 비하면 얼마나 건전한 취미람? 비록 ‘타짜3’를 극장 가서 볼 정도로 판단력은 가끔 흐려지지만, 그래도 이 기쁨을 포기할 만한 다른 걸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으니 이번 주말도 우리는 마포대교 곽철용 게임을 할 것 같다.

*물론 과도한 음주도 당연히 건전하지는 않습니다.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