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사랑, 존엄을 위한 여정이 시작되다 | 한국의 첫 동성결혼 신청사건 심문기일 쟁점 4가지

민법에서 말하는 "부부"라는 법률용어는 그 자체 중립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이에 "배우자"라는 법률용어와 마찬가지로 그에 굳이 자연적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합이라는 한정된 의미만을 부착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특정한 생물학적 성을 전제로 구성된 법률용어가 아니라, 혼인의 결과로 탄생한 한 쌍의 생활공동체를 지칭하는 의미로 우리 민법에 채택된 것일 따름이라고 밝혔다

2015-07-13     장서연
ⓒ연합뉴스

공개결혼식날도, 혼인신고나 소제기 기자회견에서도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는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가 심문기일 당일에 눈물을 보였다. 심문 이후에 김승환 대표는 "법제도에서의 불인정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렇게 큰지 자신도 몰랐다"고 밝혔고, 김조광수 감독은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성애자라면 그 날 처음 만난 사람과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하면 끝날 일을, 동성 커플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자신의 존재와 관계를 법 앞에 증명해야 했다. 조숙현 변호사는 이런 상황이 "폭력적"이라고 했다.

미국연방대법원 판결이 회자되고 있고, 그 판결의 영향이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류민희 변호사는 농담반조로 "마치 우주의 기운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고 했지만, 이 사건 주심 변호사인 류민희 변호사가 오래 전부터 꼼꼼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대로 일이 잘 풀린 것이다.

이 사건이 형식상 가사비송사건으로 비공개 심문이어서 아쉬웠다. 2시간 3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신청인 부부와 참고인들의 진술을 들으면서 많이 느꼈고 많이 배웠다. 오정진 교수의 말처럼, "법이 문이 아니라 장벽으로 기능하지 않도록" 법을 해석하는데, 이 사건 신청이 그 도전이 될 것이다.

2015년 7월 6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주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심문기일의 쟁점 4가지

Q. 민법은 동성 혼인을 금지하고 있나?

서대문구청은 신청인들의 혼인신고를 불수리한 사유로, 민법 제815조 제1호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민법제826조 내지 834조 등에서 규정한 '부부(夫婦)'라는 용어를 근거로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심문기일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는 현재 민법에서 동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는 규정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민법 제807조는 "만 18세가 된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고 하고 제809조와 제810조는 근친혼과 중혼을 금지하고 있을 뿐, 같은 생물학적 성의 사람들끼리 혼인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고 민법은 혼인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결합임을 규정하고 있을 따름이지, 그것을 생물학적 남성과 생물학적 여성 사이의 결합만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민법 제826조 등에서는 "부부"라는 말을 사용하여 마치 생물학적 남성과 생물학적 여성 사이의 결합을 전제하고 있는 듯한 외관을 보이고 있으나 이 또한 같은 생물학적 성의 사람들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는 규정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한다.

요컨대, 민법에서 말하는 "부부"라는 법률용어는 그 자체 중립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이에 "배우자"라는 법률용어와 마찬가지로 그에 굳이 자연적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합이라는 한정된 의미만을 부착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특정한 생물학적 성을 전제로 구성된 법률용어가 아니라, 혼인의 결과로 탄생한 한 쌍의 생활공동체를 지칭하는 의미로 우리 민법에 채택된 것일 따름"이라고 밝혔다.

Q. 헌법 제36조 제1항의 규정은 동성 혼인을 금지하고 있나?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대문구청은 혼인신고 불수리처분사유로 헌법 제36조 제1항을 근거로 들지는 않았지만, 서대문구청의 대리인은 준비서면에서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양성"의 평등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양성(兩性)"이란 당연히 "이성(異性)"으로 해석되는 것이므로 혼인을 이성간의 결합으로 이해하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장은 추가질문으로 한상희 교수에게 "한국의 대부분의 가족법 교과서에는 '혼인'의 정의를 '일남일녀의 결합'이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한상희 교수는 "혼인을 일남일녀의 결합이라고 주장하는 이유, 그에 대한 정당화 근거, 논리적 이론을 밝히고 있는 자료나 논문을 찾아보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일남일녀는 혼인의 하나의 형식일 뿐, 혼인의 의미, union의 의미는 미연방대법원 법정의견대로 일남일남, 일녀일녀 역시 일남일녀 못지 않게 아름다고, 인정해야 할 결합의 방식이라는 것이 보편적 인식으로 굳혀져 가고 있다." 고 밝혔다.

심문기일 직전 법정 앞에 있는 참고인들과 변호사들

Q. 헌법이나 민법이 동성 혼인을 금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법의 해석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상희 교수는 "기본권의 최대보장이라는 맥락에서 바라볼 때 헌법 제36조제1항의 "양성의 평등"이라는 법문의 의미와 민법상 혼인제도의 의미는 동일하여야 하며, 이는 반대해석을 통한 혼인금지규정으로 변용될 것이 아니라 보충해석 혹은 확장해석을 통한 혼인허용(혹은 방임)규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청인들의 혼인신고를 수리하는 것이 기본권의 최대보장을 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에 합치되는 합헌적 법률해석이라는 의미이다.

Q. 동성 혼인의 금지가 개별당사자의 건강이나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은?

심문기일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승섭 교수(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는 지난 10년 동안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주에서 '동성결혼의 불인정'과 관련해 제도적 변화가 나타나면서 진행된 과학적 연구들을 소개했다. 김승섭 교수는 "Wight 박사는 2009년도에 행해진 '캘리포니아건강인터뷰연구(California Health Interview Survey)'를 분석하여, '법률혼'을 한 성소수자(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커플과 '법률혼'을 하지 못한 성소수자 커플, 그리고 법률혼을 한 이성애자 커플의 정신건강 상태를 비교하였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2008년 6월에 법원에서 동성결혼이 인정되었다가 2008년 11월 주민투표(주민발의)로 동성결혼이 금지되는 상황이 2013년까지 지속되던 사회적 상황 속에서 '법률혼'을 한 성소수자 커플과 그렇지 못한 성소수자 커플이 함께 존재하는 점을 이용하여 비교연구를 한 것이다. 연구 결과, '법률혼'을 한 성소수자 커플은 결혼을 한 이성애자 커플과 매우 유사한 정신건강 상태를 보였고, 그렇지 못한 성소수자커플과 비교했을 때 정신건강 상태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양호한 상태로 나타났. 즉, 법/제도적으로 인정받는 '법률혼'을 할 경우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에 비하여 더욱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승섭 교수는 "성소수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사회적 차별은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개개인들과의 관계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동성결혼 불인정'과 같이 그 자체로 차별일 뿐 아니라 개개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차별을 강화시키는 왜곡된 사회적/제도적 장치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그리고 그러한 차별은 성소수자 본인의 삶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는 가족, 동료 모두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으로 주며, 결과적으로 사회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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