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대통령·정부 비판 선제적 차단 나서나?

2015-07-14     허완
ⓒ한겨레

■ 격론 끝 심의규정 개정 일단 보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가운데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하여야 한다”(10조 2항)는 친고죄 조항의 삭제를 추진하겠다는 안건이 보고됐다. ‘친고죄’ 조항이 삭제되면 ‘반의사불벌죄’로 바뀌게 된다. 즉 제3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심의를 신청할 수 있고, 방심위가 심의 결과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할 경우, 당사자의 반대의사만 없으면 인터넷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접속 차단 조처를 취할 수 있다. 3자 신청 없이 방심위 자체 판단으로 심의에 착수할 수도 있다.

방심위는 이 ‘친고죄’ 규정을 2013년까지는 내규 형태로 운영하다 지난해 1월 심의규정 형태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개정은 박효종 방심위 위원장이 사무처에 별도로 지시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 무리한 추진 도대체 왜?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은 명예훼손을 당사자 고소가 없어도 공소 제기가 가능한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다. 또 방심위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민병주 의원(새누리당)이 “심의규정을 상위법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개정을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위법과 맞춘다’는 논리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방심위가 명예훼손 사안의 심의 착수 기준을 상위법보다 좁게 적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심의의 기본원칙인 ‘최소 규제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행정력 낭비도 논란의 대상이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교수는 “규정개정이 될 경우 연예인·정치인·종교인 등에 대한 제3자의 명예훼손 심의 신청이 쏟아지면서 엄청난 행정력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공동성명을 내고, “방심위의 규정 개정은 인터넷상의 국민의 비판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며 “심의규정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들은 “지난해 검찰이 못한 ‘명예훼손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대신해 대통령이나 국가에 대한 비판을 위축시키고자 하는 것이 이번 심의규정 개정의 목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발언한 직후(9월18일), 인터넷상 명예훼손에 대해 전담팀을 꾸려 ‘선제적 대응’(당사자 고소 없이도 수사)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의 발표는 “정권 비판에 대한 입막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검찰이 내놓은 대응방안에는 검찰이 인터넷 게시물을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포털에 삭제 요청을 하는 방침이 포함됐는데, 이는 직후 10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방심위의 권한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검찰이 ‘월권’을 하는 대신 방심위가 직접 ‘명예훼손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선 모양새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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