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도 끝났는데 농경지가 '쑥대밭' 된 이유(사진)

2015-07-12     곽상아 기자

극심한 가뭄 속에 물을 길어나르면서 애지중지 가꾼 옥수수가 며칠 새 폭격이라도 맞은 듯이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그의 밭에 멧돼지 떼가 출몰한 것은 1주일 전부터다.

멧돼지 피해 본 충북 보은군 회인면의 옥수수밭

이씨는 "해마다 멧돼지 피해를 봤지만, 올해처럼 싹쓸이 당한 것은 처음"이라며 "성한 옥수수가 거의 없어 아예 농사를 포기하고 일부 남아있는 줄기를 베어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멧돼지 출몰이 서너 차례 되풀이되면서 700여㎡의 고구마가 모두 파헤쳐지고, 덩굴까지 뽑혀 못쓰게 됐다.

제천시 두학동에서 3천여㎡의 담배와 콩 농사를 짓는 이병달(59)씨도 요즘 멧돼지, 고라니 떼와 전쟁을 치르느라고 진땀을 흘리고 있다.

충북지역 산간 농경지 곳곳에서 멧돼지,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피해 예방에 나선 농민들은 울타리를 치거나 폭음기, 경광등, 허수아비 등을 만들어 세우고 있지만, 급격히 개체수가 불어난 야생동물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

옥천군은 이달 들어 피해 신고가 하루 3∼4건씩 접수되자 엽사 20명으로 운영하던 '유해 야생동물 자율구제단'을 27명으로 확대한 상태다.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충북도는 올해 4억3천300만원의 예산을 세워놨다. 지난해(3억1천700만원)보다 36.6%(1억1천600만원) 늘어난 금액이다.

일선 시·군은 베테랑 엽사 등으로 피해 방지단(자율 구제단)을 편성, 농민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포획해주고 있다.

도는 이를 통해 지난해 고라니 1만2천5535마리, 까치 2천444마리, 멧돼지 560마리 등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야생동물 1만6천785마리를 붙잡은 것으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