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최고의 파트너는 저지 드레드였다? | 미국 만화의 명콤비 열전

역사상 마블과 DC 최초의 크로스오버 작품으로 기록된 것은 1976년의 『슈퍼맨 VS 스파이더맨』이었다. 1981년 DC와 마블은 『배트맨 VS 인크레더블 헐크』, 그리고 82년에는 『언캐니 엑스맨 VS 뉴 틴 타이탄즈』를 내놓았다. 그런데 1990년 이후 DC는 더 획기적인 시도를 시작한다. 마블 슈퍼히어로만이 아니라 대중문화의 다른 인기 캐릭터와 배트맨을 크로스오버하는 것이었다. 최초의 작품은 바로 1991년 『배트맨과 저지 드레드』였다.

2015-07-13     이규원

배트맨 최고의 파트너는 저지 드레드였다?

─미국 만화의 명콤비 열전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제프 로브와 팀 세일이다. 제프 로브는 최근 미드 『스몰빌』의 프로듀서로, 팀 세일은 『히어로즈』의 스태프 아티스트로 활약하는 등 모두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DC에서 『롱 할로윈』, 『다크 빅토리』, 『헌티드 나이트』, 『캣 우먼』, 『슈퍼맨: 포 올 시즌』을 만들고(모두 한국에 정식 출간되었다.) 마블에서는 컬러 시리즈라 불리는 『캡틴 아메리카: 화이트』, 『헐크: 그레이』, 『데어데블: 옐로우』, 『스파이더맨: 블루』 등의 책을 냈는데 이들은 아직 국내에 출판되지 않았다.

배트맨 시리즈의 명콤비 작가들

https://www.huffingtonpost.kr/kyuwon-lee/story_b_7515756.html)에서 잠시 말했던 바 있는데, DC에서는 세미콜론에서 출판된 『조커』와 시공사에서 출판된 『루터』, 그리고 아직 정식 출판되지 않은 『배트맨: 데스 블로우』 세 권이 세트다. 재미있는 건 DC 유니버스의 캐릭터인 조커, 루터에 비해 데스 블로우는 당시에는 별개의 세계관으로 여겨지던 와일드스톰 유니버스의 캐릭터라는 점이다. 와일드스톰은 지금은 DC의 공동 발행인으로 있는 한국계 만화가 짐 리가 과거 마블을 나와 만든 개인 프로덕션을 말하며, 이 시기의 작품들은 1998년 DC에 흡수되었다. 서로 다른 세계의 캐릭터가 크로스오버한 것이다. 다만 정확하게 말자하면 두 캐릭터가 이야기 속에서 만나지는 않는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10년이라는 간격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벌어진다. 오로지 장소만 고담으로 같을 뿐이다. 어찌됐든 『배트맨: 데스 블로우』는 데스 블로우의 DC 유니버스 진출작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브라이언 아자렐로와 리 베르메조 콤비의 첫 작품인 『배트맨/데스 블로우』와 『루터』, 『조커』 표지.

(사진 출처: http://dc.wikia.com/wiki/Batman/Deathblow:_After_the_Fire_Vol_1?file=Batman_Deathblow_After_the_Fire_Vol_1_1.jpg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마지막으로 『올빼미 법정』, 『올빼미 도시』 등 <뉴52> 배트맨 시리즈를 창조한 스콧 스나이더와 그렉 카풀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고담이라는 도시에 새로운 인격을 부여하면서 배트맨의 신화를 한층 진화시킨 명콤비로 손꼽힌다.

만화 속 명콤비 : 크로스오버 만화들

1) 배트맨과 영웅들, 합체!

대부호인가 뮤턴트인가? 배트맨과 울버린이 크로스오버된 캐릭터 '다크 클로'.

(사진 출처: http://dc.wikia.com/wiki/Logan_Wayne_(Amalgam_Universe)?file=Logan_Wayne_Amalgam_001.jpg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2) 배트맨과 찰떡궁합: 저지 드레드, 프레데터....

1991년, 배트맨과 저지 드레드가 만나다. 『저지먼트 온 고담』 표지.

(사진 출처: http://dc.wikia.com/wiki/Batman/Judge_Dredd:_Judgment_on_Gotham?file=Batman_Judge_Dredd_Judgment_on_Gotham_Vol_1_1.jpg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그런데 1990년 이후 DC는 더 획기적인 시도를 시작한다. 마블 슈퍼히어로만이 아니라 대중문화의 다른 인기 캐릭터와 배트맨을 크로스오버하는 것이었다. 최초의 작품은 바로 1991년 『배트맨과 저지 드레드』였다. 아직 실베스터 스텔론 주연의 「저지 드레드」(1995)가 세상에 나오기 전이었지만, 저지 드레드는 당시 이미 영국의 SF 만화 잡지 《2000AD》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였다. 위에서 명콤비로 소개했던 댄 애브넷과 앤디 래닝 역시 《2000AD》의 작가진이었다. 우연의 일치랄까, 1991년 이들은 『저지 드레드 애뉴얼』에서 '저지 앤더슨' 스토리를 쓴 적이 있었다. 2012년 리부트된 「저지 드레드」에서 신참으로 등장했던 카산드라 앤더슨이 바로 '저지 앤더슨'이다. 고담시 최고의 영웅과 메가시티 최고의 영웅이 만난 이 작품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어서, 작가 사이먼 비즐리, 존 와그너, 앨런 그랜트가 런던에서 연 사인회에 한 달 전에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데이빗 보위 사인회 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모여들 정도였다. 1995년 영화 개봉 당시에는 배트맨-저지 드레드 크로스오버 만화가 두 편이나 더 만들어지는 등 1990년대 내내 팬들을 즐겁해 해 주었다.

3) 뜬금없는 조합으로 큰 재미를 선사했던 크로스오버들

⓵ 엑스맨에 등장한 '용자 라이딘'

그런데 『피닉스 사가』에 속하는 『언캐니 엑스맨』 108호(1977년)를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하나 나온다. '스타 에이스(당가도 A)'나 '컴바트라 브이' 등에 열광하면서 자랐던 3040 세대가 아주 좋아할 장면이다. 일본 선라이즈사의 거대 로봇 '용자 라이딘'이 엑스맨 세계에 떡하니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마블은 1979년 쇼군 워리어즈라는 이름으로 '스타에이스', '컴바트라 브이', '라이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 시리즈를 출판하기 시작했는데, 이 만화의 19호, 20호에서는 판타스틱 포가 쇼군 워리어즈와 힘을 합쳐 지구를 지켜낸다.

여긴 우리가 있을 곳이 아닌데....

(사진 출처: http://marvel.wikia.com/Shogun_Warriors_Vol_1_1?file=Shogun_Warriors_Vol_1_1.jpg)

⓶ 슈퍼맨 대 무하마드 알리

⓷ 농구 선수와 괴수: 찰스 바클리 VS 고질라

⓸ 에미넴과 퍼니셔?!

에미넴은 퍼니셔 외에도 여러 만화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08년 개봉한 제임스 맥어보어와 안젤리나 졸리 주연 영화 『원티드』의 원작(작가: 마크 밀러) 주인공이 (비공식적으로)에미넴이 모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퍼니셔로 재미를 본 에미넴은, 2013년에도 마블과 협약해 『마이티 어벤저스』 만화 커버에 아이언맨과 함께 앉아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에미넴/퍼니셔』 1권 표지.

(사진 출처: http://marvel.wikia.com/Eminem/The_Punisher_Vol_1_1?file=Eminem_punisher.jpg)

* 이 연재는 세미콜론과 공동으로 기획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