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카스트 : 장인이 암살자를 보내 연애 결혼한 딸의 남편을 죽인 이유

'프라네이에게 정의를'

2019-08-20     박세회
ⓒFacebook/Justice for Pranay

지난 2018년 1월 인도의 23살 청년 프라네이 페루말라는 고교 시절을 함께 보낸 연인 암루타 바시니(21)와 결혼했다. 다른 카스트 간의 결혼을 지지하는 한 힌두 개혁주의 사원에서 몇몇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은 식을 치르고 남편인 프라네이의 본가로 들어가 거처를 꾸렸다.

둘은 곧 결혼을 반대한 암루타의 부모를 피해 호주로 도망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섯 달 후 둘은 암루타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커플은 호주행을 잠시 미뤘다. 대신 좀 더 성대한 결혼 피로연을 치르기로 했다. 8월 17일 수백명의 사람이 모여 축하하는 잔치를 열었다.

피로연이 있은 지 한 달이 채 안 된 9월 14일 암루타와 프라네이 그리고 프라네이의 모친은 산부인과 병원에 들렀다. 셋은 병원에서 나오는 길에 오른손에 커다란 고기용 칼을 들고 있는 한 남성과 마주쳤다. 남자는 칼로 프라네이의 머리와 목을 그었다. 프라네이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암루타의 아버지 마루티 라오 외 6명의 남성을 체포했다. 개중에는 암루타의 삼촌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빠와 삼촌이 자신의 남편을 죽였다. 인도 경찰은 이 6명이 모두 청부살인과 연관이 있다고 봤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라오는 10만 루피(약 1억6700만 원)를 들여 프라네이를 죽이기 위해 총 4차례의 살인 기도를 사주했다. 장인이 사위의 살인을 사주한 이유는 그의 신분이 천하기 때문이다.

프라네이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 중 가장 낮은 달리트 출신이다. 카스트 제도는 인도인의 신분을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왕이나 귀족), 바이샤(상인), 수드라( 천민) 등 4개로 구분한다. 달리트는 이 4개 계급에 들어가지 못하는 최하층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인도의 달리트는 1억3000만 명으로 인도 인구의 17%에 달한다. 달리트의 사회 경제적 신분은 그들의 출신 성분과 다르다. 프라네이의 아버지는 보험회사의 직원으로 그의 벌이는 가족이 중산층 수준의 삶을 유지하는 데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현지시간)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며 ”달리트들은 차별 철폐조치를 통해 수백 년 동안의 지배에서 벗어나 고등교육을 받고 사업체를 운영하고 정계에 진출해왔다”라며 ”그러나 프라네이와 암루타의 이야기가 보여주듯 사회의 신분 이동이 늘어났다고 해서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17년 연구를 보면 인도에서 맺는 결혼 중 5.8%만이 계급 간의 혼인이며 이 비율은 지난 4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가 암루타와 한 인터뷰를 보면 암루타의 부모는 암루타를 고등학교에 보내면서도 ”낮은 계급의 여자아이들과 친구가 되지 말라. 특히 달리트와”라고 말했다. 암루타의 부모가 속한 계층은 특정 지역에서 부흥한 코마티 상인 중 ‘아리야 바이샤’이며 더 넓게는 상인 계급 전체인 바이샤에 속한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암루타와 그녀의 부모가 속한 아리야 바이샤 연합의 명예 대표인 브파시 라주는 ”살인이 일어난 이유는 그 둘이 9학년 때부터 연애를 시작했기 때문이며 그가 죽은 이유는 둘의 사랑이 축복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계속되고 있으며 증거는 확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죽음에서 살인을 실행에 옮기 자와 암루타의 아버지 라오를 연결해 준 건 인도의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인도 경찰에 따르면 이 정치인이 무심코 스마트폰의 녹음을 활성화해 이 자료가 주요한 증거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건 이후 페이스북 등에는 ‘프라네이에게 정의를’ 이라는 페이지가 생기는 등 이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