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종인 줄 알았던 14㎝ 길이의 '주머니 상어'가 신종으로 밝혀지기까지의 과정

너무 희귀해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9-07-23     박세회
ⓒMark Doosey/Tulane University

지난 2010년에 발견된 주머니 상어(pocket shark)가 아직 분류된 적이 없는 새로운 종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이 아가미 근처에 독특한 형태의 주머니를 지닌 손바닥만 한 상어를 처음 발견한 것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과학자들은 동태평양 근처에서 그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42㎝ 길이의 암컷 상어를 발견했고 이 상어에게 ‘포켓 상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미스소니언의 보도를 보면 당시 과학자들은 당시 향유고래 떼의 섭식 생태를 연구하던 중이었다. 수중음파탐지기로 914m 심해를 살펴보고 그물을 내려 해당 수역의 생태 표본을 끌어올린 후 얼린 채로 보관해뒀다. 이 표본 중에서 역사상 두 번째 포켓 상어가 발견된 건 2013년이다.

NOAA의 마크 그레이스는 얼려 둔 표본을 분류하던 중 종을 확인할 수 없는 특이한 생명체를 발견했으며, 2015년 이 상어가 1979년에 발견된 포켓 상어의 수컷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1979년에 발견된 암컷 포켓 상어와 2010년에 발견된 수컷 포켓 상어가 다른 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2010년에 발견된 상어가 신종이었던 셈이다. 

과학자들이 헷갈릴 만도 했다. 2010년에 발견된 14㎝ 길이의 수컷 상어는 1979년에 발견된 암컷 표본과 마찬가지로 아가미 옆에 야광 물질을 내뿜는 작은 구멍이 있다. 이 구멍에서 흘러 나오는 물질은 먹이를 꾀는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 표본은 전반적인 겉모습도 매우 비슷하고, 지느러미가 달린 위치도 유사하다. 1979년에 발견된 표본은 돔발상어 목 혹은 카이트핀 상어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주머니 상어, 학명 ‘몰리스콰마 파리니(Mollisquama parini)’로 이름 붙였다.

마크 그레이스와 툴레인 대학교의 연구팀은 더 자세히 이 상어를 뜯어보고 두 표본이 전혀 다른 종이라는 걸 밝혀냈다. 스미스소니언에 따르면 너무 희귀해서 이 상어를 해부하고 싶지 않았던 연구진은 칼을 대지 않고 상어의 내부를 연구하기 위해 해부 현미경과 고해상도 CT 스캔 그리고 일반적인 엑스레이보다 1000억 배 밝은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 시설(ESRF)의 CT 스캔 이미지를 촬영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야광 물질을 분비하는 주머니 분비샘과 턱 아래 있는 구멍 기관 그리고 몸체 아래에 분포된 발광 기관 등을 확인 할 수 있다.

ⓒZootaxa

그 결과 연구진은 걸프만에서 잡은 수컷 상어가 동태평양의 암컷 상어보다 척추뼈가 10개 정도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이 상어의 턱에는 동태평양 암컷 상어에는 없는 조류를 감지하는 구멍 기관이 있었다.

특히 이 상어는 몸체 여러 곳에 빛을 내는 발광 기관이 분포되어 있다. 다만 연구진은 발광 기관은 먹이를 유인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발광 기관이 상어에게서 드문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포함한 총 5가지 차이를 근거로 이 상어를 1979년의 주머니 상어와 다른 ‘아메리카 주머니 상어’ 학명 ‘몰리스콰마 미시시피엔시스(Mollisquama mississippiensis)’로 이름 붙였다.

툴레인대학 연구진의 발견은 인류가 아직 잘 모르는 심해에 얼마나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을지를 한참 상상하게 한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