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자문기관 "삼성물산 합병 반대"

2015-07-09     김병철
ⓒ한겨레

8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의결권 자문을 의뢰한 기업지배구조원이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이 보고서에서 합병비율뿐만 아니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지분 양쪽을 다 소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행보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지낸 이찬우 국민대 교수는 “합병 반대는 ‘국부 유출’이라는 식의 언론 보도 부담도 있고, 국민연금은 시장 참여자들 전체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의결권 자문사 의견에만 무게를 두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7일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 강남사옥 앞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공동주최로 열린 '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부결의결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의견발표를 하고 있다.

8일 오전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에 성실히 자료를 제공하며 접촉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찬성하면 합병 성사를 확신한다”며 국민연금의 지지를 호소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내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하는 투자위원회는 이번주 안으로 열릴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아직 투자위원회에서 이번 건을 직접 결정할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로 넘길지 정하지 않았다. 정부·가입자단체·학계 등에서 추천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독립 자문기구인 의결권전문위는 지난달 에스케이(SK)와 에스케이씨앤씨(SK C&C) 합병에 대해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8일 논평을 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찬반 어느 쪽으로 결정을 내리든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사항으로 성격상 전문위에 회부하는 것이 당연하다. 단독 처리 땐 국민연금이 삼성의 압력에 굴복해 반대 결론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의결권전문위에 안건을 올릴지는 투자위원회 논의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