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은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아니고, 이 기술이 세계 정치를 뒤흔들 것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다

2019-06-14     박세회
ⓒctrl shift face / via YouTube

이 사진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리즈 시절 사진이 아니다. 미국의 영화배우 빌 헤이더가 슈왈제네거를 성대모사 하는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꾸민 한 유튜브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아래 헤이더와 슈왈제네거의 얼굴을 보자. 확연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Ctrl Shift Face/Youtube

보는 것만 믿겠다는 개인의 신념이 산산이 부서지는 시대가 왔다. 지난달에는 페이스북에 미국 연방하원의회의  의장인 낸시 펠로시가 술에 취한 듯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면이 떠돌았다. 해당 영상은 아주 단순한 기술로 조작한 ‘가짜 영상’이었다. 원본 영상을 75% 수준으로 느리게 재생하고 목소리의 높낮이를 살짝 낮췄을 뿐이다.

데일리비스트는 이 영상을 만들어 확산시킨 사람을 찾아냈다. 뉴욕시 브롱크스에 사는 트럼프 지지자이자 스포츠 블로거 션 브룩스라는 남성이 이 영상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미국의 주요 매체들이 펠로시의 비디오가 조작된 것임을 알렸으나, 이미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가 따라잡지 못 할 만큼 멀리 퍼진 뒤였다. 

낸시 펠로시의 경우처럼 단순한 조작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무에서 유를 재창조한 영상을 ‘딥페이크’ 영상이라 부른다.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번 퍼진 가짜 뉴스의 영향력을 완전히 지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짜 비디오를 찾아내는 기술도 개발 중이지만 가짜 비디오 만들기를 연구하는 인력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워싱턴포스트의 딥페이크 관련 기사에서 캘리포니아 대학의 컴퓨터 공학자이자 교수인 헤이니 파리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열세다. 합성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100이라면 이를 찾아내는 쪽의 사람은 1이다.”

이젠 정말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의 표현을 빌자면 인간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한국은? 정말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