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새끼 하늘다람쥐들이 부산의 통신업체에서 발견된 사연

철거된 통신 장비 속에는 눈도 뜨지 못한 새끼 하늘다람쥐들이 있었다.

2019-05-27     김현유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자료사진 ⓒ뉴스1

눈조차 뜨지 못한 새끼 하늘다람쥐가 처음으로 부산에서 발견됐다. 천연기념물 238호인 하늘다람쥐는 최근 개체 수가 감소해 멸종위기 야생동물II급으로 지정된 종으로, 지리산 등에서 서식하며 부산에서는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다.

‘날다람쥐’라고도 불리는 하늘다람쥐는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 피부를 펴 하늘을 날 수 있지만, 이 새끼 하늘다람쥐들은 그런 방식으로 날아온 것은 아니었다.

하늘을 나는 하늘다람쥐. 자료사진 ⓒEnskanto via Getty Images

부산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한 통신업체는 지리산 중턱에 설치돼 있던 통신 장비를 철거한 뒤 부산으로 이를 가지고 왔다. 통신업체 직원들이 부산에 도착해 철거한 장비를 열자, 그 안에는 눈도 뜨지 못한 채 몸을 웅크리고 있던 하늘다람쥐 2마리가 있었다.

이를 본 통신업체 직원들은 다급히 부산 을숙도에 위치한 야생동물치료센터를 찾았다. 보통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눈을 못 뜨는 야생동물은 치사율이 매우 높은 바, 센터에서는 수의사들이 총동원돼 ‘하늘다람쥐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의사들은 따뜻한 물에 손을 씻은 뒤 하늘다람쥐를 안는 방식으로 체온을 높여준 뒤 미국에서 공수한 초유를 주사기로 먹였다. 발견 당시 20g이었던 하늘다람쥐는 한 달 간의 간호 덕분에 기력을 회복해 몸무게를 55g까지 늘렸으며, 현재는 지리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먹잇감 채취 훈련 등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통신 장비 안에 들어가게 된 것일까? 센터는 지난 3~4월 무렵 지리산에 사는 어미 하늘다람쥐가 비교적 따뜻한 통신 장비 안에 새끼를 낳은 것이라고 추정했다. 새끼 하늘다람쥐들은 빠르면 올여름 지리산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