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인터넷' 경주에서 뒤처진 한국기업들

왜일까요? 왜 한국의 주요 IT 기업들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있어 자신들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일까요? 이는 이들이 국내 시장에서 굳이 변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들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정부 역시 창조 경제의 주축인 자신들 편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2015-07-06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보고서에 등장한 6개 기업을 상징하는 주자들입니다.

각 기업을 대표하는 로고를 가슴과 등에 자랑스럽게 부착하고 출발선 상에 선 선수들. 국내 무대와 세계 무대를 누비며 IT 영역의 선두에 서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대단해 보입니다. 그러나 각 기업 로고 위에는 A부터 F까지의 알파벳이 하나씩 커다랗게 붙어 있습니다. 이게 뭐냐고요? 바로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 점수입니다. 네이버 A, SK, KT, LG는 D, 삼성과 다음카카오는 F. 덩치큰 대형 IT 회사, SK, KT, LG, 삼성의 점수가 모두 D와 F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수준 낮은 인식, 부끄럽도록 변화 없는 대기업

처음 그린피스가 국내 기업에 주요 한국 IT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현황에 대한 보고서 발간 계획을 이야기 하며 이를 위해 정보공개를 요구했을 때, 대부분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그린피스의 요구에 가장 먼저 응답한 SK C&C의 경우도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 정책은 찾아 볼 수 없었지요. 보고서가 발간되어 자신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성적표가 공개된 지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도, 여전히 그들은 변화와 혁신을 위해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세계적 흐름에 모르쇠로 일관할 것인가

한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온실가스감축목표에서 기존 목표에 대한 후퇴불가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감축목표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한국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한 중요성을 놀라울 정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탄소배출 7위 국가로서의 책임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정부는 결국, 약속을 지키는 척이라도 하기 위해 국제탄소시장에서 약 1조원에 달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겠다고 합니다. 결국 이 경비는 탄소 배출 기업 또는 시민의 혈세로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차근차근 준비하자

곧, 한국 IT 기업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정보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015년 첫 발간된 한국 IT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성적표가 조만간 포함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기업인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IT 기업들이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어떤 수준에 와 있는지, 이들이 광고에서 말하는 '혁신'이나 '지속가능한 서비스'의 실상은 어떤지 보게 될 것입니다. 세계 각국 시민들로부터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라는 메시지가 우리 IT 기업들에게 쇄도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 IT 기업들이 "깨끗한 인터넷" 혁신을 선도하는 꿈, 함께 꾸실래요?

어제도 오늘도, 일상 생활 속에서나 업무를 하면서나 끊임없이 사용되고 있는 인터넷이, 지구를 살리는 인터넷이 될 수 있도록 그린피스는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결국에는 그린피스가 이번에 진행했던 경주대회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현실로 이뤄지는 꿈, 여러분들도 함께 꿨으면 합니다.

글: 이현숙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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