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 인터뷰] 배우 류준열은 "철들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애를 쓰고 있다"고 했다.

2019-04-30     김태우

2015년 늦가을쯤이었다. 텔레비전을 틀기만 하면 ‘응답하라 1988’ 예고편이 나왔다. 한 남자 배우가 검은 맨투맨티를 입고 멍하니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고 더군다나 흔히 말하는 잘생긴 배우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 배우의 이름이 궁금했다. 사람들은 정말 우연한 계기로 무언가에 빠지곤 한다. ‘응답하라 1988’ 예고편에서 류준열을 처음 본 그 당시가 그랬다.

류준열이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불과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소셜포비아‘라는 영화에서 교정기를 한 채로 BJ 연기를 하고 ‘프로듀사‘에서 김수현의 입사 동기로 단 몇 분간 모습을 비췄던 그는 ‘응답하라 1988’에서 우직하게 덕선이를 지켜주던 김정환이 되어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열풍을 일으켰다. 

‘응답하라 1988’ 이후로 그는 정말 ‘소’처럼 일했다. 2016년에는 영화만 5편에 출연했고, 올해도 거의 매달 한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더 킹‘에서 조폭을 연기했던 그는 첫 지상파 드라마 주연작이었던 ‘운빨로맨스‘에서 ‘미신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는 모토로 살아온 게임 회사 CEO로 변신했다. 또 ‘뺑반‘에서는 양아버지 덕에 개과천선한 순경을, ‘돈’에서는 돈 맛을 알아버린 주식 브로커를 연기했다. 

사실 류준열의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그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이 아니다. 2015년 5월, 소속사도 없던 시절 ‘응답하라 1988’ 3차 오디션을 보던 순간이다. 그는 당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라며 직접 의상반납도 하러 다닌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는 “(함께 작품) 하자고”라며 캐스팅 소식을 알렸다. 류준열은 어안이 벙벙해진 채 마른세수를 연거푸 했다.

‘응답하라 1988’ 오디션 당시만 해도 직접 캐리어를 끌고 의상 반납을 했어요. 그로부터 만 4년이 흘렀는데 그 당시와 지금의 류준열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그 돌아다니는 영상이 4월 14일 오디션이에요? 얼마 안남았네요 진짜. 그게 아마 3차 오디션이었나 그랬을 거예요. 2차를 그럼 오늘(4월 9일)쯤 봤겠네요. 일주일 간격으로 봤던 것 같으니까.

물론 달라졌겠죠. 생각하는 것도 많이 달라졌어요. 아무래도 그 당시에는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안계셨지만 지금은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세요. ‘어떻게 이 분들이랑 소통을 하고 대화를 하고 좋은 영향을 주고 받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되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책임감이 생기게 됐죠.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다보니까 그 전에는 제가 냈던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면 지금은 조금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고 계세요. 그렇기 때문에 좋은 얘기 많이 해드리고 싶고 저도 많이 듣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단편 영화 ‘노웨어‘부터 ‘돈’까지 정말 쉼 없이 달려왔어요. 단역을 맡았던 류준열과 원톱 주연이 된 지금 연기 철학은 많이 달라졌나요?

=연기요? 연기 자체를 놓고서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아무래도 예전에는 좀 편하게 했었다면 지금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어렵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결코 만만하거나 쉬운 일이 아닌거죠. ‘계속 끊임없이 배우면서 해야된다’ ,‘배워야 한다’ 이런 얘기 많이 있잖아요. 현장에서 새로운 것들을 느끼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서 제 연기도 계속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변화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계속해서 변화하는 게 관객들도 그렇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기쁘고 행복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화 '돈' 속 류준열 ⓒ쇼박스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 저는 호흡인 것 같아요. 이게 혼자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영화라는 게 여러 명이서 같이 만드는 것이다 보니까 가장 중요한 건 호흡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상대 배우와 제 사이의 호흡도 있겠지만 짧지만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스태프분들과의 호흡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관객과의 호흡도 될 수 있는거고요.

=그렇죠. 보통 스태프와의 호흡이 좋으면 관객과의 호흡도 좋은 것 같아요.

매 작품 그렇게 하고 있나요?

=열심히 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다양한 배역을 연기했어요.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딱히 맡고 싶은 역할은 없어요. 남들이 안했던 거 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죠.

예를 들면?

=예를 들면요? 글쎄요. 뭐가 됐든 남들이 안해봤던 재미있는 캐릭터 해보고 싶은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사실 좀비 영화를 좋아해가지고요. 좀비 영화찍어보고싶다고 여러번 얘기했던 것 같아요.

ⓒHUFFPOST KOREA

좀비 역할을 하고 싶은 건 아니죠? 

=좀비 역할은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그냥 좀비로부터 도망다니는 혹은 좀비를 무찌르는 역할만 생각했지 좀비 역할은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좀비 영화와 좀비를 좋아해요.

‘소준열’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감사하죠. 계속해서 누군가가 저를 찾는다는 건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즐기려고 해요. 그래서 일하는 게 결코 일이 아니라 오히려 휴식같이 느껴져요.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이나 작품이 있나요? 다음 작품이라고 답할 거죠?

=들켜버렸네요. ‘전투‘요. 앞으로 곧 개봉하니까요. 많이 찾아주세요. 그걸 빼면 ‘돈’. 극장에 아직 걸려있으니까 빨리 가서 보세요.

‘전투’ 이후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는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그 이후요? 글쎄요. 차기작에 대해서 이제 고민을 해봐야 해요. 뭘 할지, 어떤 게 재밌을 지요. 저는 남들이 얘기하는 휴식기가 사실 전 제일 바쁜 시기예요. 오히려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되는 것 같아요. 촬영 시간에는 촬영만 하면 되는데 휴식기에는 할 게 너무 많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휴식기라고는 하지만 그때가 저는 진짜 일하는 것 같아요. 작품도 봐야하고 영감도 받아야 하고요. 그래서 더 바쁘게 보내게 돼요. 

영화 '전투' 리딩 현장 ⓒ쇼박스

진짜 쉴 때는 뭘 하나요?

=촬영을 합니다 쉴 때는. 촬영하면 즐겁고 행복하거든요. 그러면서 많이 쉬는 것 같아요 오히려.

본인이 출연한 영화는 찾아보는 편인지?

=아뇨, 저는 안봐요. 남의 영화 볼 시간 밖에 없어서 제 영화는 다음으로 미루고 있어요. 이미 (어떤 내용인지) 다 알고 있으니까요. 최종 편집본은 보는데 극장에 가서 찾아보거나 여러 번 돌려보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이 나온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영화는?

=마지막에 극장에서 본 건 ‘라스트 미션’같은데요. 클린트 이스트우드 나오는 ‘더 뮬’(The Mule)이라는 작품이에요. 너무 좋았습니다. 추천해드립니다.

허프포스트코리아에는 총 3편의 기고문을 보내왔어요. 평소 글을 즐겨 쓰나요? 

여행도 자주 가는 걸로 알아요. 

=여행 자주 다니죠. 좋아하기도 하고요. ‘트래블러’라는 작품도 진짜 여행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런던에서는 유튜버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자고 일어나서 알았어요. 너무 놀랬죠. 자고 일어났더니 이게 기사가 났더라고요. 참 우연이라는 게 재밌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도 제가 한국에서 배우를 하고 있는지 몰랐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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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프닝 이후로 그 유튜버가 한국인 팔로워를 많이 얻었던데요. 

=원래 스타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웃음). 축하드립니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안 가본데 가보고싶어요. 안 가본 곳이 너무 많아가지고요. 

여행 관련 프로그램을 벌써 두 편이나 찍었어요. 그 중에서도 ‘꽃보다 청춘’ 속 한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요. ‘YOLO’라는 말을 듣고 메모장에 적어둔 장면이었어요. 지금의 류준열도 ‘한 번 사는 인생 즐겁게 살자’라는 모토로 살아가고 있나요?

ⓒtvN

=그럼요. 그때 배운 것들이 요즘에는 유행같이 번져있더라고요. 지금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장면이 나온지도 좀 됐어요. 요즘의 모토는 뭔가요?

=저는 저답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이 누구고 어떤 사람인지 끊임없이 묻고 답하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다 자기 몫과 인생이 있는데 남들 따라가고 남들 시선을 신경쓰다보면 자기 것을 잊게 되잖아요. 사람들에게는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거든요. 그걸 발견 못하고 남들에게 휩쓸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저도 그런 면에서 후회가 있어서 저만의 끼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아요. 

류준열은 어떤 사람인가요?

=계속 물어봐야죠. 정확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씨제스엔터테인먼트

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응모를 받아볼까봐요. 

=저 대신에 그런 걸 해주신다니. 댓글 보고 ‘이건 나랑 가깝다’ 혹은 ‘이건 아닌 것 같다’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찾으면 좀 알려주세요.

류준열의 성공 가도를 0에서 100까지 숫자로 평가한다면 지금의 류준열은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하나요?

=1부터 100까지? 아 0부터 100까지? 1부터 100까지했으면 큰일날 뻔했네요. 0이라고 하고 싶은데... 제가 숫자에 약해서요. 문과나왔거든요. 농담입니다. (웃음) 

아직 한자리 숫자인 것 같아요. 꼭 100을 다 채우고 끝나리라는 법은 없잖아요. 어디까지 갈지는 잘 모르겠는데 지금은 한 자리인것같아요. 두 자리가 되면 또 어떻게 될지...

의외네요. 당연히 50 이상이라고 할 줄 알았어요.

=많이 얘기해도 제 나이정도로 얘기하지 않을까요? 34정도? 어떤 면에서는 철들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어요. 또 이 젊음이나 청춘을 떠나보내기 싫어서 한자리에 계속 머물러있고 싶기도 해요.

본인이 생각하는 청춘은 언제까지라고 생각하나요?

=그건 사람이 생각하기 나름이니까요. 새로운 것들을 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새로운 것을 계속 해야하는 것 같아요.

 

글: 김태우 에디터: taewoo.kim@huffpost.kr

영상: 이윤섭 에디터(yoonsub.lee@huffpost.kr), 김한강 에디터(hangang.kim@huffpost.kr), 김예진 에디터(yaejin.kim@huffpost.kr), 박사연 에디터(sayeon.park@huffpost.kr), 이수종 에디터(sujong.lee@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