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상한 '전기 할인 판매'

부풀려진 수요예측 기준에 따라 신규설비투자가 이뤄지면서 발전소는 이미 공급과잉 상태다. 올해는 한계피크가 없이 전기가 남아도는 상황이 될 전망이라고 한다. 전력생산비용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가동을 중단하는 민간발전소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번 '전기 할인 판매'가 "원자력발전소 확대를 위한 명분 쌓기" 또는 "민간발전사의 수익 보장"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2015-07-02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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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이라도 깎아준다면 환호가 나와야할 텐데, 오히려 원칙 없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 여론이 만만찮다.

첫 번째 이유는 전기의 요금이 원료 가격보다 싸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막으면서, 2차 가공품이 원료보다 싼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발전사의 적자는 고스란히 부채가 됐다. 그나마 최근 유가 하락과 드문드문 전기요금을 올린 덕에 원가회수율이 향상되었다고는 한다.

이렇다 보니 매년 냉난방 수요가 피크에 달하는 여름·겨울에 번번이 블랙아웃 위기가 재현되고, 이는 또다시 발전소 증설의 알리바이가 된다. 적절한 수준으로의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과도한 전기 수요를 억제하지 않는다면, 수요 증가와 설비 증설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수익을 내면 무엇을 할까? 주주에게 배당을 하거나 설비와 R&D에 투자를 할 수 있다. 과도한 부채를 줄이는데 쓸 수도 있고, 판매 촉진을 위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1+1' 프로모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전이 흑자로 돌아선 것은 최근의 일이다. 국제유가 하락 덕이 크다. 부채는 여전히 세 자릿수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치로 박근혜 정부가 강력한 공공기관 개혁을 천명한 후,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추진 중이다. 한전은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를 매각하고, 자사주를 매각하고,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해외 광산 지분 매각 얘기도 나온다. 부채감축 압박에 알짜 자산을 팔아치우며, 결과적으로 공기업의 민영화 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의혹마저 있다.

6월 초 발표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 기조도 변함없는 원자력 중심이다. 온실가스 감축 차원에서 기 예정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취소하고, 원자력발전소 2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전력예비율 22%라는 기준을 OECD 주요 국가 수준인 15%로만 낮추면 원전 추가 건설이 필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곧 가동 예정인 경주 방폐장의 안전 문제 논란, 신규 원전 부지 선정과 송배전망 증설 과정에서 불거졌던 사회적 갈등의 기억까지 어우러져, 에너지 정책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우리는 독일의 이런 '에너지 전환'이 하루아침에 가능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970년대 반핵운동으로부터 시작된 시민사회의 역량,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정을 통한 탈핵 구상의 정책화, 그리고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환경 정책 목표를 추구하는 에너지 정책'이라는 개념이 후속 정부에서도 유지되며 신뢰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말이다.

글_ 최해선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 이 글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