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분노하는 순간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유승민 찍어내기는 박근혜의 분노마저 공심이 아니라 사심에 좌우된다는 증거다. 나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에서 수장된 시민들을 구출하지 못한 공무원들에게, 메르스 방역에 철저히 실패한 보건당국에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보였던 분노를 표출했다는 말을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어떤 것이 더 화낼 사안인지는 어린아이라도 알 것이다.

2015-07-02     이태경
ⓒ연합뉴스

정치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사심보다 공심이 월등한 정치인이라는 상징자산의 덕도 컸다. 하지만 꼼꼼히 복기해 보면 정치인 박근혜의 공심을 법률이나 제도를 통해 확인한 기억은 없다. 굳이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킨 정도인데 그것도 순전히 공심의 발로라고 보기는 어렵다. 충청표에 대한 셈법이 개입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유승민 찍어내기는 박근혜의 분노마저 공심이 아니라 사심에 좌우된다는 증거다. 나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에서 수장된 시민들을 구출하지 못한 공무원들에게, 메르스 방역에 철저히 실패한 보건당국에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보였던 분노를 표출했다는 말을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어떤 것이 더 화낼 사안인지는 어린아이라도 알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관련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이 얼음이 될 정도였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분노가 공익을 위한 공적 분노였다면 좋으련만 앞으로도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사심이 앞서는 리더인지, 공심이 앞서는 리더인지를 분간해내지 못한 유권자들은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