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정부가 검토중인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의 아이러니

트럼프는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동맹국들을 위협해왔다.

2018-11-13     허완
ⓒBloomberg via Getty Images

미국 백악관이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한 상무부의 보고서 초안을 회람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무역 분야 측근들과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세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상무부의 조사 결과를 놓고 자동차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 관계자들이 상무부의 결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입 자동차...?

Trade Expansion Act)의 ‘국가안보 조항(제232조)’을 자동차 수입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를 놓고 조사를 벌여왔다. 승용차와 SUV, 밴, 소형 트럭 같은 완성차는 물론, 수입 자동차 부품도 관세 부과 검토 대상이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때도 논란 끝에 이 조항이 적용된 바 있다.

상무부의 이 보고서는 내년 2월까지 마무리 될 예정이며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쯤 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12일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부과 위협을 자신이 가진 ”최고의 레버리지”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이 자동차 관세 부과를 위협한 덕분에 캐나다와 더 나은 무역협상을 맺을 수 있었고, EU에게도 이게 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내용이다. 

위협해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두 가지 근거’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한미FTA 개정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같은 요청에 대해 백악관으로부터 어떤 확답도 듣지 못한 상태라고 블룸버그가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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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관세는 정말, 정말 복잡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검토중인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가 미국의 국익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 한 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자동차 공급망(supply chain)은 미국 중심부의 소규모 가족소유 제조업체들부터 증시에 상장된 거대한 해외 자동차 부품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자동차가 조립 라인 위에서 계속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 모두 합심해 일하는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인 비즈니스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다. 

(중략)

월스트리트저널 11월9일)

자동차 산업은 오늘날의 세계화된 경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산업 분야 중 하나다. 미국산 자동차라고 해서 미국산 부품만 들어가는 게 아니고, 어떤 부품은 최종 조립돼 자동차의 일부가 되기 전까지 국경을 여러 번 넘나들기도 한다. ‘국산’이라는 개념은 점점 희미해진다.

게다가 주요 자동차 업체와 글로벌 부품업체들은 세계 곳곳에 생산설비를 마련해 상황에 따라 현지에서 생산과 부품 조달, 수출을 수행한다. 독일 자동차 업체가 세계 곳곳에서 생산된 수만개의 부품을 조달해 미국 공장에서 조립한 자동차(made in USA)가 한국으로 수출되는 사례를 떠올려 보자.

촘촘하게 분업화된 이 거대한 다단계 글로벌 네트워크의 어느 한 쪽에서 생산비용이 상승하면 이는 연쇄 상승 작용을 일으켜 전체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파급효과는 기업의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일례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에는 ‘국가안보’를 위해 단행했다는 트럼프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가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타격을 입힌 사례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올해 여름, 57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디트로이트 지역의 소규모 부품회사 ‘클립스&클램프스’ 회장 제프 아즈나보리안은 약 15개 고객사들에게 향후 계약에 있어 비용 분담 협약을 맺자고 제안했다. 이 회사는 올해 흑자 전환 추세였으나 원재료 비용 상승으로 이익이 사라져 버렸다. 

두 고객사는 동의했다. 몇 곳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한 캐나다의 바이어는 답장을 보내 위로를 표했다. ”요약하자면,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 쪽 정부가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하다니 유감이지만 이에 대해 내가 뭘 어떻게 할 거라고 기대하는가?” 아즈나보리안이 말했다.

다른 협상들은 훨씬 몰인정했다.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스프링을 만드는 제조사 중 북미 최대의 개인 소유 업체인 ‘피터슨 아메리칸’은 최근 자신들의 철강 공급업체 중 한 곳으로부터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와이어 코일 공급을 보류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최후통첩을 받은 피터슨의 회장 댄 스켈리는 수용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는 걸 알았다. 이 트럭들은 미국과 캐나다에 위치한 피터슨의 공장 6곳에 부품을 공급하며, 공급이 지연되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11월9일)

여기에 고율 관세마저 추가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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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자동차가 해외에서 안 팔리는 (아주 간단한) 이유

″나는 일본이 무역에 있어 미국을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그(아베 신조 총리)에게 늘 말한다. 그들은 매우 낮은 세금에 수백만대의 차를 (미국으로) 보낸다. 그들은 우리 차를 받지(수입하지) 않는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런 불평을 내놨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우리는 일본차를 엄청나게 많이 사주고 있는데 일본은 미국차를 안 사고 있다! 공정하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는 25% 관세 부과를 위협한 끝에 기어코 일본을 자동차 관련 무역 협상 테이블에 불러내 지난 9월부터 논의를 벌이고 있다.

9월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올해 일본에서 판매된 자동차 320만대 중 미국 자동차는 0.3%에 불과하다. 현재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지도 않고 있는데도 상황이 그렇다.

블룸버그 9월27일)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과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미국발 ‘자동차 무역전쟁’이 엉뚱한 피해자를 낳는 셈이다.

미국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관련 보고서(PDF)를 작성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고율 관세가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자동차 고관세 부과의 주요국 영향’, 2018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