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사랑을 위한 자리밖에 없다

누군가 자살하면, 육체의 병일 경우와는 달리 죽은 사람에게 분노가 돌아가. 그리고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도 있지만 - 그리고 나도 분명 당신이 세상을 뜨고 나서 처음 며칠 동안은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니 우리는 당신의 가장 좋은, 가장 밝은 부분들을 기억해야 할 것 같아.

2015-06-27     Poorna Bell
ⓒKTB Wedding Photography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영국판 주필 푸르나 벨의 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당신이 생명의 불꽃을 당신 손으로 꺼버린 지 거의 30일이 지났어.

힌두교 - 나는 믿음을 잃은 지 오래지만, 당신은 진심으로 알고 싶어했던 종교 - 에서는 11일과 30일을 기려.

11일이 되었을 때, 나는 당신의 죽음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걸 자각했어.

어디에서나 당신이 보였어. 나는 바다에서 당신을 봤어. 움직이고 변하며 소용돌이치는 물속에 있는 당신을 상상했어. 당신 무덤에서,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프리지아에서 당신을 봤어. 당신이 백과사전처럼 훤히 알던 새들에서 당신을 봤어. 우리가 당신에게 작별 인사를 하던 날 하늘에서 빛나던 쌍무지개에서 당신을 봤어.

나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당신에게 이 글을 써도 될까 생각했어. 하지만 우리가 작년에 정신 질환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지, 사회에서 정신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신 질환에 대한 수치와 오명을 키운다고 우리가 얼마나 강하게 느꼈는지를 생각하면, 나는 당신이 내가 이렇게 하기를 원할 거라는 걸 알아. (나 요즘 이런 걸 많이 해. '분명 롭은 내가 저 초콜릿을 먹기를 바랄 거야.' 그밖에 다른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당신이 내가 목소리를 내길 원한다는 걸 난 알아. 만약 다른 사람에게 친구나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당신과 같은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내가 그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말이야. 개인적으로든, 공개적으로든.

정신 질환을 둘러싼 침묵이 남성들에게 정말 유해한 환경을 만든다는 걸 우리 둘 다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야. 남성들은 - 당신 표현을 빌자면 - '남자답게 굴고, 말없이 고통을 겪고 버텨내야' 하는 것처럼 되어 있으니까.

먼저, 어떤 죽음이 다른 죽음보다 더 낫다는 죽음의 서열은 없지만, 오래 사는 것이 제일 좋고 짧게 사는 게 바닥에 있다고 말해도 좋아. 자살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을 정말 불편하게 만든다는 건 과언이 아니야.

하지만 30일째가 되니, 나는 최악의, 가장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면 어떤 속임수를 계속 유지할 에너지를 다 잃어버린다는 걸 깨달았어.

당신의 사인이 마치 나약함을 암시하는 것 같잖아, 나는 당신이 이 세상에 머무르려고 얼마나 열심히 싸웠는지 알고 있는데.

그리고 어쩌면 사람들에게 정신 질환은 암과 똑같다는 걸 알리기 위해 우리가 넘어야 할 산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말해주는 상황인 것 같아. 정신 질환은 심장 마비와 똑같아. 불치일 경우 얼마나 사랑, 치료, 돈을 들여도 막을 수가 없는 병이야.

나에게 "난 그에게 화가 나요."라고 말한 사람들이 많았어. 그런 분위기가 팽배했어. 당신이 그런 선택을 해서 우리를 이렇게 깊은 비탄의 수렁에 빠뜨렸다는 식이었지. 당신이 포기한 생명, 당신이 남긴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있었어.

내가 다 이해했다고 말하는 건 아니야. 나는 목숨을 끊기로 한 당신의 결정을 100% 이해하는 날이 과연 올지 모르겠어.

나는 우리가 배급을 받는다는 걸 모르기 때문에 분노가 온다고 생각해. 우리 모두가 느낀 죄책감이 분노를 부채질하고.

내가 하려는 말은, 이해한다는 뜻이야. 자살의 경우, 다른 사람들에겐 선택의 문제로 느껴지는 것이 당신에겐 선택이 아니었어. 우리의 사랑 -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바다를 이룰 정도였는데 - 은 당신이 가능성도 희망도 없다고 느꼈을 때 당신을 이 세상에 잡아둘 닻이 될 수 없었어.

암흑이 사람들을 통째로 삼키려고 위협할 때 남들에게 알리기 쉽게 만들어야 해. 우리는 남성들에게 공간과 목소리를 줘야 해. 겁을 먹고 취약해진다 해도 그게 나약함은 아니라는 걸 이해하게 해줘야 해. 정신 건강을 위한 기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해야 해. 비만이나 암 치료만큼이나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해.

이런 것들이 있었으면 당신을 구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나는 당신을 분노와 수치 속에서 기억하기를 거부한다고 말하고 있어. 우리가 가진 건 한없는 사랑이었어.

로버트 오웬 벨을 위하여, 1975년 12월 23일 ~ 2015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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