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선물, 한여름 털장갑 같은

누군가에게 자꾸 뭔가를 주는 걸 사랑이라고 한다지. 그러니 별별 기념일을 챙기고, 매달 14일을 무슨무슨 날이라고 하는 걸, 뭐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주고 싶은 이유, 받고 싶은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이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쇼핑을 잘 못해서가 아니다. 그 사람의 취향에 딱 맞아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준 것보다 내가 준 걸 가장 마음에 들어해야 하는데,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이어야 하는데 등등. 자꾸 욕심이 난다. 돈 써서 마련하는 건 나인데 정작 내가 더 애가 닳는다.

2015-06-28     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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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참고도서 | <밀라야 뜨로삔까> 중 '눈 섞인 개울물'

누군가에게 자꾸 뭔가를 주는 걸 사랑이라고 한다지. 그러니 별별 기념일을 챙기고, 매달 14일을 무슨무슨 날이라고 하는 걸, 뭐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주고 싶은 이유, 받고 싶은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이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쇼핑을 잘 못해서가 아니다. 그 사람의 취향에 딱 맞아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준 것보다 내가 준 걸 가장 마음에 들어해야 하는데,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이어야 하는데 등등. 자꾸 욕심이 난다. 돈 써서 마련하는 건 나인데 정작 내가 더 애가 닳는다.

그렇게 첫사랑이 굴욕으로 끝났을까? 여러 해 지나 알게 된 일은 이렇다. "라피스는 그때 기차 좌석표를 구하지 못했답니다. 그래서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갔습니다. 여름이지만 밤마다 바람이 찼고, 손잡이도 얼음장 같았대요. 그렇지만 그의 손은 얼지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눈같이 희고 솜털같이 보드랍고 심장같이 뜨거운, 따뜻한 장갑이 있었으니까요."

사랑의 선물이란 이런 것이다. 한여름의 털장갑처럼, 취향도 기능도 상관없이 상대에게 꼭 필요한 것이 되는 마법 같은 것이다. 자신에게도 그런 선물을 받은 기억, 그런 선물을 준 추억이 있는지 더듬어 꺼내어보자. 지금 그 물건은 사라지고 없다 해도, 그 사랑이 실패로 끝났다 해도, 분명히 남겨진 따뜻함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그러니 어떻게 사랑을 믿지 않을 수 있을까.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