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도시 서울'은 서울시 정책이 될 수 있는가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한다면 대안적 정책도 나올 수 없다. 박원순 시장이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아 참석했던 국무회의를 떠올려보자. 박시장은 세월호특별법시행령의 특조위 구성이 당사자인 공무원 중심인 것을 비판했지만, 정작 제2롯데월드 재개장을 둘러싼 조사비용은 서울시가 아닌 롯데 측이 부담했고, 애초 시공 중인 건물의 임시 사용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서 승인한 바 있다. 제2롯데월드는 아직 건조 중인 초대형 배와 같다는 점에서, 또 인근의 잇단 사고들에 비춰 세월호를 통해 우리가 통절하게 느끼는 '배금주의'나 '성장지상주의' 문제와 다를 게 없다.

2015-06-26     김병수
ⓒ연합뉴스

지난 6월 4일 밤 '메르스 관련 서울시 긴급기자회견'은 시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한 발 더 나아갔다. 중앙정부의 지지부진한 대응에 지친 시민에게 호소함으로서 사태의 전격적인 면을 드러냈고, 박시장의 공감능력이 부각되었다. 국민은 박근혜정부가 보여준 소통부재에 지쳤고, 박시장은 당장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에 올랐다. 딱딱한 사회체제나 정치문제에 개개인의 경험과 감성을 불러들인 그의 공감능력이 정치권을 넘어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나아가는 것도 시간문제다.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한다면 대안적 정책도 나올 수 없다. 박원순 시장이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아 참석했던 국무회의(5월 6일)를 떠올려보자. 박시장은 세월호특별법시행령의 특조위 구성이 당사자인 공무원 중심인 것을 비판했지만, 정작 제2롯데월드 재개장을 둘러싼 조사비용은 서울시가 아닌 롯데 측이 부담했고, 애초 시공 중인 건물의 임시 사용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서 승인한 바 있다. 제2롯데월드는 아직 건조 중인 초대형 배와 같다는 점에서, 또 인근의 잇단 사고들(석촌호수 물 빠짐, 인근의 씽크홀, 건물의 안전사고 등)에 비춰 세월호를 통해 우리가 통절하게 느끼는 '배금주의'나 '성장지상주의' 문제와 다를 게 없다.

시장의 철학과 도시정책은 별개인가

그러던 박원순 시장은 2014년 9월 16일 '공유도시'를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서 "시장이 되니 20조원의 채무가 있었습니다. 하룻밤 자고 나면 21억원의 이자를 내는 거죠. 서울시가 부자인 것 같지만 이런 상황입니다. 기업과 함께해 윈윈이 되고, 중앙정부도 좋고 지방정부도 좋은 이런 것들을 개발하다보니 그중 하나가 공유도시였습니다"로 뉘앙스가 바뀐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고 부채 비율이 적은 곳이 서울시다. 서울시의 자산규모나 추후 재정계획, 공공부조리를 줄여 예산 낭비를 막는 등의 정책보다, 막연히 부채를 강조하며 토건사업의 당위를 설파하는 모습으로도 비친다.

또한 서울시는 한전 부지 옆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을 7월 중 의회에 상정하겠다고 한다. 역시 국제교류협력지구 계획의 일환으로 배후지 개발을 위해서라는데, 정작 하겠다는 사업 확정도 없이 배후지로 지정한 땅(서울의료원 부지) 매각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토건사업 방식이다. 개인 땅이라면 지금 매각하겠는가. 토지의 가치를 결정하는 용도변경 절차를 밟고, 서울시의 주장처럼 중심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이라면 지금보다 몇배나 더 큰 가치로 매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의료원 부지와 비슷한 규모의 삼성 아이파크(용적률 300%, 평당 1.5억원)를 고려하거나, 바로 옆 한전 부지(세전 매매가 평당 4억원)의 땅값을 기준으로 해도 지금 팔 이유가 없다. 오히려 박시장의 공유도시가 제대로 된 정책이 되려면 한전 부지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자산은 서울시가 소유하고 필요한 재원은 협동조합 방식의 개발을 통해 조달할 수도 있다.

공유도시는 공공성의 회복과 함께

시장의 평소 주장처럼 개발 이전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협동조합이나 시민의 의견을 중시하고, 공공부지처럼 한정된 토지자원은 매각 일변도의 정책이 아니라 더 나은 대안, 질 좋고 살기 편한 공동체를 위한 방법을 찾아 활용해야 한다. 자신의 철학에 그칠 뿐 정책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민주주의는 어디서 찾겠는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6월 17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점검차 서울 강동보건소를 현장방문하며 발열체크를 받고 있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

@media only screen and (min-width : 500px) {.ethanmobile { display: none; }}

페이스북 팔로우하기 |

트위터 팔로우하기 |

허핑턴포스트에 문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