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더 싸니까 전기로 가열하자? 황당한 현실 부추기는 7차전력수급기본계획

철을 녹이고,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고, 수입한 냉동고추를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1차 에너지 유류를 바로 난방에 이용하면 열효율이 80%이지만, 유류로 전기를 만들어 다시 난방에 이용하면 그 변환과정에서 40%의 에너지가 낭비된다. 그런데 현실에선 전기요금이 석유 요금보다 싸서 소비자들은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2015-06-24     배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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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국가 주요 에너지 정책 현안 톺아보기] 2. 전기가 더 싸니까 전기로 가열하자? 황당한 현실 부추기는 7차전력수급기본계획

그림1. 전기난방과 직접난방의 에너지 효율 차이 (자료 출처 : 에너지코리아 뉴스)

그림2. 2001년과 2010년 제조업 설비별 전력소비량 비교 그래프 (자료출처: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그림3. 주요 영역별 전기판매량 증감률 비교

위 표에서 보듯, 심야전력요금은 2014년, 2004년 대비 겨울철은 2.5배, 기타 계절은 2배 정도 증가하였다. 이것은 사실상 심야전기요금을 정상가격으로 돌리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요금의 변화는 심야전력 사용량을 크게 감소시켰다. 다른 용도의 전력사용량은 적게든, 많게든 꾸준히 증가하였으나 심야전기는 대폭 줄어들어 2014년 사용량이 14,657,873MWh로 2004년 사용량인 15,976,384MWh보다 약 130만MWh가 줄어든 것이다. 10년이 지났음에도 절대량이 감소했다는 것은 가격신호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합리적 소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7차전력수급기본계획안은 왜곡된 가격을 개선하겠다는 실질적인 이행계획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7차 계획에서 겨울철 최대피크를 여름철 최대피크보다 높게 잡고 있는데, 이는 전기로 난방 하는 것을 억제하겠다는 정책 의지의 실종으로밖에 볼 수 없다. 또 하나, 7차 계획은 전력요금 인상률을 물가인상률의 52%로 제한한다는 전제 아래, 2029년까지 연평균 1.2% 인상 계획안을 잡고 있다. 이는 결국 실질가격기준으로 볼 때 전기요금을 인하하겠다는 입장으로밖에 볼 수 없다. 2차에너지기본계획에서 에너지상대가격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정책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정책 이행계획이라 할 수 있는 7차계획에서 이를 뒤엎은 것이다. 이는 에너지의 비효율적인 사용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철강업의 전기로처럼 잘못된 신규 시설투자로 오히려 산업계의 손실과 국고의 손실을 가져올 뿐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산업용 전기 요금 등을 현실화하고, 장기적으로 유류요금과 전기요금의 왜곡된 가격체계를 바로잡아서 비효율적인 전기 사용을 막겠다는 강력한 정책 의지가 반영되도록 7차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