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나와 나와"로 생각해보는 히딩크 감독의 "축구장 존대 금지"

꽤 효과적이고 필요한 문화

2018-09-03     박세회

″나와 나와!”

지난 1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대 일본의 경기.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연장 전반 3분 손흥민이 페널티 박스 왼편 안쪽에서 기회를 잡았다. 

수비수 둘을 제치며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 오른발로 감아 차는 슈팅을 날릴 절호의 찬스였다. 그때 이승우가 달려들며 외쳤다는 말이 있다. ”나와 나와.”

손흥민은 이 장면을 회상하며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제골 장면을 설명하자면.  

”내가 드리블을 해서 지나가는데 승우가 ‘나와, 나와’라고 해서 빨리 비켰다. 승우가 더 좋은 자리에 있었다. 결국 어시스트를 했고, 승우가 좋은 마무리를 해줘서 고맙다.” -뉴시스(9월 2일)

그 결과는 다들 잘 알고 있다. 이승우의 왼발이 골망을 갈랐다. 

ⓒKBS/captured

거스 히딩크 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부임 당시 강조했던 게 바로 ”그라운드 반말문화”였다. 이영표는 지난 2016년 한 방송에서 “2002년 전까지만 해도 국가 대표 축구팀 군기가 셌다”라며 ”그 전에는 경기 중에 홍명보를 부를 때 ‘명보 형’이라고 했는데, 히딩크 감독님이 오고 나서 존대를 금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영표는 ”(히딩크 감독이) 이름만 간단하게 부르든가 ‘야’라고 부르라”며 축구장 안에서의 존댓말을 금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영표는 해당 방송에서 히딩크 감독이 추구했던 수평적 문화가 ‘좋았다’고 밝힌 바 있다. 

밝힌 바 있다. 

생각해보면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수비 둘을 달고 달리는 급박한 상황에서 ”흥민이 형 비켜주세요”라고 외치는 건 좀 웃길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부장님이나 교수님의 이름을 크게 불러보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