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는 21세기 혁명운동이다

여자축구는 어떨까요. 그야말로 이곳은 남녀평등 차원에서 시베리아 벌판입니다. 주변에 조기 축구 경기를 하는 아저씨들은 많이 봤을 것입니다. 조기 축구를 하는 아주머니 본 적 있습니까. 아마 없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학생들 축구클럽에 가보면 여자아이들이 1~2명 정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때는 체격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남녀 합쳐서 팀을 만들게 됩니다. 물론 이런 클럽이 남자 초등생들만 모인 클럽하고 대결할 때엔 "야! 쟤 여자야!"라며 짓궂게 도발하는 친구도 있지만요. 그런데 중학교로 무대를 옮겨보면 여자아이들이 축구를 할 수 있는 통로는 완전히 막히게 됩니다. 남자 아이들은 틈만 나면 공 하나 가지고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데, 축구를 하고 싶은 여자아이는 속으로 삭여야 합니다.

2015-06-25     김창금
ⓒ연합뉴스

여러 기준이 있을 것입니다. 참가국 수가 남자(32개국)와 달리 24개국이고, 국제축구연맹(피파)이 남자월드컵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여자월드컵 육성에 돈을 쓰고, 경기의 수준도 남자 월드컵에 비해 여자 월드컵이 떨어집니다.

저는 남자 월드컵을 인류가 만든 최고의 스포츠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를 대표해 출전한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현란한 발재간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때로는 축구가 내셔널리즘의 분출구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과거의 전쟁터가 아니라 잔디밭에서 공을 갖고 싸우는 것만으로도 인류가 화해하고 공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물론 개최지 선정을 둘러싼 피파의 음습한 뒷거래는 빼고요.

 

24일 귀국한 여자축구대표팀의 전가을 선수. 대한축구협회 제공

 

여자축구는 어떨까요. 그야말로 이곳은 남녀평등 차원에서 시베리아 벌판입니다. 주변에 조기 축구 경기를 하는 아저씨들은 많이 봤을 것입니다. 조기 축구를 하는 아주머니 본 적 있습니까. 아마 없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학생들 축구클럽에 가보면 여자아이들이 1~2명 정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때는 체격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남녀 합쳐서 팀을 만들게 됩니다. 물론 이런 클럽이 남자 초등생들만 모인 클럽하고 대결할 때엔 "야! 쟤 여자야!"라며 짓궂게 도발하는 친구도 있지만요. 그런데 중학교로 무대를 옮겨보면 여자아이들이 축구를 할 수 있는 통로는 완전히 막히게 됩니다. 남자아이들의 체격이 훨씬 크고, 힘도 세기 때문에 여자가 함께 끼어서 할 수가 없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틈만 나면 공 하나 가지고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데, 축구를 하고 싶은 여자아이는 속으로 삭여야 합니다.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초등학교팀부터 실업팀까지 등록 선수 1705명에서 뽑힌 23명이 나가 16강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자랑스러워하기에는 참 민망합니다. 성적과 실제 그 나라의 여자축구 현실의 괴리가 가장 큰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국제축구연맹이 2007년 발표한 2006 세계축구통계 자료를 보면 당시 세계 인구의 4%인 2억6500만명이 축구를 즐긴다고 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여자는 2600만명으로 남자의 10분의 1수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여자축구는 남자축구보다 규모에서 열세입니다. 그러나 피파는 "2000년의 2200만명에서 2006년에는 400만명이 더 늘어난 2600만명이 됐다. 여자축구 참여 인구가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2014년 피파가 보완한 자표를 보면, 축구를 하는 전 세계 여성의 인구는 300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등록한 여자선수도 2006년(총 410만명)보다 늘어난 480만명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축구협회에 등록한 여자축구 선수가 1705명입니다. 그렇다고 등록을 하지 않고 축구를 즐기는 여성을 찾아보기가 쉬운 것도 아닙니다. 풀뿌리 현장이 죽어 있는, 모래 위의 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월드컵 16강에 오르고, 2000년 17살 여자월드컵 우승을 한 선수들이 정말 대단합니다.

지금은 한국 여자축구의 과도기입니다. 과거의 소수 엘리트 선수 육성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생활 속에서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주형을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대통령이 여성인데, 정말 깊게 고민하기를 바랍니다. 여학생을 위한 학교 스포츠 활동 강화, 스포츠 동아리 구성, 동아리별 지역·전국대회 출전 등을 위해 교육부와 문체부가 재정지원을 좀더 강화해야 합니다. 대회에 나가는 학생들 수송하는데 선생님들이 택시비까지 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교장 선생님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합니다. 여전히 여학생은 치마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제발 그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학교가 달라지고, 사회가 달라지고, 대한민국 여성 스포츠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엊그제 밤 버스에서 내려 신호를 기다리다가 학원 미니버스에서 곯아떨어진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밤늦게 학원 갔다 오느라 피곤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학원 공부에 치이지 않고 신나게 몸을 부닥치는 여자축구나 여자농구 같은 것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러자면 어머니들이 먼저 바뀌어야 하겠죠. 만약 어머니 축구클럽, 어머니 조기 축구회가 많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육체 활동이 얼마나 정신 건강에 필수적인지,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라도 아니 전인적 인격을 위해서라도 몸으로 부대끼는 운동이 얼마나 필요할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격렬한 신체활동이 주는 쾌감을 느낀다면 우리 사회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우리보다 앞서 나가는 나라들이 여자축구를 확산시키기 위한 환경 조성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다 까닭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21세기 삶의 질은 여자축구의 활성화 정도에서 측정할 수 있다는 과감한 주장을 해봅니다.

여자 축구선수 둘을 통해본 한국 여자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