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38년 만에 광주 법정에 선다

"출석하기로 결정했다"

2018-08-23     김원철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1980년 5·18 학살 이후 38년만에 광주에서 열리는 재판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광주일보와 한 통화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오는 27일 광주지법 재판에 출석하기로 결정하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피고인 쪽에서 출석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공개한만큼 법정의 질서 유지와 안전사고 대비 등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정도 애초 402호에서 201호 대법정으로 변경하는 문제도 검토할 예정이다.

전씨의 첫 재판은 애초 지난 5월28일로 잡혔지만, 전씨 변호인 쪽의 요청으로 두차례 연기됐다가 27일로 확정됐다. 전씨 쪽은 지난 5월21일 “고령에다 건강문제로 멀리 광주까지 가서 재판을 받을 수 없다. 광주법원에 재판 관할권이 없다”며 재판부 이송신청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판 관할 문제는 재판부 직권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사재판의 경우 특별한 이유없이 2~3차례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 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다.

불구속 기소됐다.

명백한 허위사실이어서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향후 재판의 쟁점은 △실제로 당시 헬기사격 있었는 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전씨가 회고록 집필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씨 회고록과 관련한 민사 소송에서 전씨 쪽 법률대리인은 “5·18단체나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형사 재판에서도 전씨 쪽은 ‘헬기기총소사 부분은 5·18 당시 계엄사가 아닌 보안사 소속으로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회고록 집필도 다른 책임 정리자가 해 상관 없는 일’이라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국방부 특조위)에서 ’육군이 공격헬기 500MD와 기동헬기 UH-1H를 이용해 광주 시민을 향해 사격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고, 지난해 8월 4일 전두환 회고록 1차 출판·배포금지 가처분 결정에서도 법원이 ‘헬기사격은 있었다’는 원고 쪽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과 3개 5·18단체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전씨 재판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면 전씨가 재판 관할을 이송해달라고 요구할 빌미가 될 수 있다. 엄중하게 진지하게 재판이 이뤄져 5·18 진상규명의 마지막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5월단체도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위사실 삭제 없이는 출판과 배포를 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또 5·18 4개 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씨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민사 소송, 전두환 회고록 출판 및 배포 금지 본안소송의 결심공판도 다음달 13일 광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1995년 12월 기소된 전씨는 1997년 4월17일 대법원에서 반란(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가지의 죄목이 모두 유죄로 확정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추징금 2205억원)으로 감형됐고 형이 확정됐으며, 1997년 12월 특별사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