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애니팡!

경우의 수들을 줄이고 확률을 높여가기 위해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한 손가락보다는 여러 손가락으로 공략하는 것을 택했고 오른손으로는 화면을 긁고 왼손으로는 주기적으로 단말기를 돌려주었다. 그쯤 되었을 땐 시작버튼의 위치도 끝났을 때 눌러야 하는 버튼의 위치도 외워서 스스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어쩌다 너무 잘한 것 같아서 점수와 랭킹확인을 주변에 부탁하기도 했는데 운이 좋을 때는 눈으로 보고 하는 친구들이 내 밑으로 한 무더기 있을 때도 있었다.

2015-06-19     안승준
ⓒplay.google.com

지금도 새롭게 각색된 동명의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지하철이나 사무실이나 가리지 않고 애니팡 하는 소리가 안 들리는 곳이 없을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온통 그래픽 효과 투성이인 이 녀석은 화면을 친절히 읽어주는 '보이스오버'조차도 무용지물이어서 시작버튼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횟수가 반복될 수록 고득점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쯤 되었을 땐 시작버튼의 위치도 끝났을 때 눌러야 하는 버튼의 위치도 외워서 스스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어쩌다 너무 잘한 것 같아서 점수와 랭킹확인을 주변에 부탁하기도 했는데 운이 좋을 때는 눈으로 보고 하는 친구들이 내 밑으로 한 무더기 있을 때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하는 모습을 보고 뒤이어서 게임을 시작한 정안인 동료 선생님들도 화면을 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나와 같은 방법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두 눈 멀쩡한 게임고수들만큼의 점수를 얻어낼 수도 없었고 게임에서 제공하는 부가적인 콘텐츠를 모두 활용할 수도 없었다.

누구처럼 누구만큼은 아니었지만 동시대의 같은 공간에서 문화를 공유하고 나만의 감성으로 함께 기뻐할 만큼의 무언가를 찾아내었던 것이다.

또, 같은 도구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최적화된 자세와 모양으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모두가 다른데 잘 되지 않는 같은 모양을 억지로 쫓을 필요는 없다.

내가 즐겁게 사는 것! 그것은 내 안에 이미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