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고기 안 먹으면 안 될까요?"

2015-06-17     곽상아 기자
ⓒ한국 고기 없는 월요일

www.meatfreemondays.com)를 열고 캠페인을 시작한 터였다. 반드시 월요일이 아니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기를 먹는 대신 채식을 통해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참여하자는 것이 이 캠페인의 취지다.

인천 부평에서 채식한방 한약국을 운영하면서 채식을 확산시킬 새로운 운동 방법을 고민하던 이현주(47·기린한약국 대표) 한약사는 매카트니의 이런 제안에 무릎을 쳤다. "채식을 알리려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도 많이 했는데, 공장식 축산 동영상 같은 것을 보고 채식에 공감했던 사람들도 1~2년 있다 보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있는 거예요. 본능인 먹는 문제를 운동으로 푼다는 게 참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폴 매카트니의 기사를 보았죠. 아, 저런 식으로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오더군요."

이 한약사는 '한국 고기 없는 월요일' 대표로 불리고 있지만 고기 없는 월요일은 조직을 갖춘 단체라기보다 하나의 운동에 가깝다. 일반 환경단체와 달리 회원을 관리하지도 않고 회비도 없다. 가끔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을 뿐이다. 채식을 주제로 한 강연장에서 안내 자료를 나눠주는 일뿐 아니라 운동을 홍보하는 웹사이트(www.meatfreemonday.co.kr)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관리 등은 모두 그의 몫이다.

그가 이끄는 한국 고기 없는 월요일은 국내에서는 환경단체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지만 멀리 영국에까지 소문이 났다. 그는 올해 초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한 녹색경제 관련 콘퍼런스에 초청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의 원조 나라인 영국에서 그를 부른 것은 우연만은 아니었다. 2010년 말 이 한약사는 환경단체 녹색연합 회원들과 함께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나가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을 알리는 홍보 부스를 설치해 운영했다. 그때 칸쿤에서 알게 된 영국 친구가 옥스퍼드 토론회를 준비하게 되면서 그를 강연자로 불렀던 것이다.

‘한국 고기 없는 월요일’의 이현주 대표가 15일 오후 자신이 운영하는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채식한방 전문 기린한약국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6년째 '고기 없는 월요일'을 전도한 그의 노력에 힘입어 동참하는 기관들도 하나둘 늘어났다. 광주교육청 관내에는 90% 이상이 주1회 채식 급식을 하고, 전북교육청에서는 올해 88개 학교에서 채식 급식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13년부터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에 동참한 서울시청에서는 지난해까지 매주 금요일 시청과 시청 산하 141개 기관에서 채식을 제공했는데, 올해 말까지 이 숫자는 300곳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학교 급식현장에 가보면 거의 매 끼니 학생들에게 고기가, 그것도 친환경적이지 않은 저가의 질 나쁜 고기가 제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각보다 우리가 고기를 많이 먹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온실가스 배출과 물 부족만이 문제가 아니죠. 동물 사육을 위해 열대 우림과 농경지가 파괴돼 황폐해지고, 농경지를 잃어버린 원주민들은 도시 상업지역으로, 아이들은 매춘으로 내몰리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고기를 덜 먹는 것은 이런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대안입니다."

이 한약사는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채식을 하는 게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면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환경운동"이라며 좀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