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쟁의 서막, 그 이름은 시.어.머.니

'육아'라는 변수를 맞이하자, 이런 인자한 시어머니와도 예전처럼 마냥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불편함이 시작됐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됐다. 본인이 겪었던 육아에 대한 경험만이 옳다고 생각하시는 시어머니와 내가 생각하는 육아가 맞다고 고집하는 며느리가 만나자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2015-06-16     송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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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육아일기 #6] 육아전쟁의 서막, 그 이름은 시.어.머.니

이처럼, 사랑해서 만났고 사랑해서 결혼한 두 사람이었지만 결혼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서로 수 십 년 간 다르게 살아온 가족과 가족이 만나 새로운 가족을 이룬다는 것은 교과서 이론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모든 게 낯설었고, 모든 게 다 생소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멘붕으로 다가왔던 존재는 시어머니였다.

하지만 '육아'라는 변수를 맞이하자, 이런 인자한 시어머니와도 예전처럼 마냥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불편함이 시작됐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됐다. 본인이 겪었던 육아에 대한 경험만이 옳다고 생각하시는 시어머니와 내가 생각하는 육아가 맞다고 고집하는 며느리가 만나자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천기저귀가 그렇게 좋다더라" "수술로 아기 낳으면 안 좋다더라" "분유 보다는 모유가 그렇게 좋다더라" 등 시작해서 아기 세제, 아기 옷, 아기 물품 등 시어머니 본인이 경험한 것들이 최선인 것처럼 털어놓는 말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또, 자연 진통 끝에 자궁문이 열리지 않아 제왕절개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나와 언니(자매)의 사연을 두고 "어째 둘 다 그러냐"며 '애 낳는 것은 유전'이라고 굳이 말씀하신 의도는 무엇일까. 더불어 발달이 느린 우리 아이가 돌잔치 때까지 걷지 못한 것을 두고 돌잔치 날 우리 엄마 앞에서 "우리 집안에는 이런 애가(이렇게 느린 애가) 없는데 ..."라고 굳이 말씀하실 필요가 있었을까.

남편에게 몇 번을 분노하며 시정을 요구했지만 호랑말꾸 같은 남편은 직접 개입하지 않았고, 3년 동안 참고 또 참다가 결국 지난 설날 "어머님 제가 하윤이는 아니잖아요. 하윤 애미까지는 괜찮은데 하윤이라고 안 부르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제 이름이 있잖아요."라고 대놓고 말을 해 버렸다. 수 년 동안 묵혔던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지만 결국 이날 시어머니는 대판 삐지셨다. 손이 크신 시어머니는 나누는 것을 참 좋아해 명절 친정에 갈 때마다 차 트렁크가 가득하게 이것저것 싸주셨지만 이 날만큼은 싸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그 흔한 나물조차도 싸주지 않으셨다. (지금은 그나마 나아져서 '하윤애미'로 불린다.)

굳이 이 예민한 주제인 시어머니를 이 글에 끄집어 낸 것은 한 번 쯤 시어머니들 또한 며느리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무엇보다 며느리 자체를 살뜰히 바라봐주셨으면 한다. 딸과 며느리는 다를 수밖에 없다. 딸 같은 며느리는 세상에 없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인 며느리는 딸보다 더 어려운 존재이니 더 어렵고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또 모르겠다. 시어머니와 함께 인생을 걸어가다 보면, 지금처럼 티격태격 싸우다 보면, 나의 뾰족했던 마음들이 둥글둥글해져 서로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척척 알아맞히는 날이 올지도. 그러니 그 때까지 꼭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친정 엄마, 아빠에게는 버럭 버럭 잘 대들면서도 시댁에 가서는 그저 네~네~만 하고 시키지 않아도 눈치 살펴가며 죽어라 설거지는 하는 1인 이지만, 결론은 시어머니... 사...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