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노조를 파괴하는 방식

노조 와해 TF가 있었다

2018-04-16     백승호

무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해온 삼성은 지금껏 대외적으로 ‘사내 복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노조가 필요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최근 검찰 수사를 보면 내부적으로 집요하게 노조 와해 공작을 해온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15일 <한겨레>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마스터플랜’ 문건과 이후 실행 결과 등을 비교해보니,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그동안 제기했던 의혹도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노조 와해를 담당했던 삼성전자서비스 ‘총괄티에프(TF)’ 소속 직원 다수가 승진하는 등 삼성의 기획과 전략이 대부분 실행된 결과로 분석된다.

 

ⓒYves Herman / Reuters

 

“용역 고용해 (사쪽 위한) 1인시위 하라”

삼성전자서비스가 2013년 7월 작성한 ‘서비스 안정화 마스터플랜’에 나온 내용은 크게 △고용노동부 총력대응 △조합활동 대응 △서비스지회 와해 △협력사 안정화 등 네가지로 정리된다. 이 플랜의 세부계획은 삼성전자서비스 내 총괄티에프에서 수립됐고, 담당자까지 지정해 실행 여부를 체크했다.

고용부 총력대응 기조가 첫 전략으로 꼽힌 것은 당시 막 조직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제기한 핵심 이슈가 불법파견 문제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서비스 직원들은 법적으로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노조는 업무 지시뿐 아니라 채용·인사 등도 원청이 관리·감독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그해 6월24일부터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수시 근로감독을 시작했다. 그러자 삼성은 총괄티에프에 소속된 ‘노무사’를 통해 직원들을 교육해 고용부 조사에 내보내는가 하면 의견서 등도 검토하도록 했다. 해당 노무사는 노조 와해 자문 대가로 삼성전자로부터 월 2000~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 감독이 종결될 때까지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을 지속해 방문하는 전략을 짰고, 의원실에서 만나주지 않으면 용역을 동원해 1인시위를 하도록 했다. 고용부는 2013년 9월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주동자들 불법파업, 폭행, 폭언 유도”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회사 쪽은 ‘조합활동 대응’ 목적으로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는 교섭 요구에 대응하지 않고 협력업체는 최대한 교섭을 지연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여름은 에어컨 수리 등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의 성수기여서, 협력업체에 성수기 이후 교섭에 나서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교섭 지연 전략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노조의 대응에 대한 경우의 수까지 고려한 점이다. 교섭을 최대한 지연한다는 전제 아래 노조가 교섭안을 우편물로 보내오면 반송하도록 하고, 노조 쪽의 녹취 우려가 있으니 말조심을 하라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파업 대응도 구체적이었다. 일부 파업 시에는 시간제 일자리로 대체하고 시급은 1만5000원으로 정해 협력사 정규직과 같은 대우로 파업 조합원을 압박했다.

노조 와해를 위해 주동자 등 200여명에 대한 비위사실을 수집하고 폭로 시기도 조율했다. 고용부 근로감독 전이나 단체교섭 전에 폭로해 교섭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식이었다. 또 주동자를 겨냥해 불법파업과 폭행, 폭언, 민사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상황을 유도하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센터 곳곳에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늘리라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노조 활동이 활발하던 해운대·아산·이천·마산·진주·울산 센터 등에 대한 ‘위장폐업’도 단행했다. 대신 ‘협력사 안정화’ 방침 아래 노조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외근직의 위험수수료를 올렸다.

 

검찰 수사, 삼성그룹까지 확대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