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농구에 키 줄이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리그 득점왕이 퇴출됐다.

2018-04-06     김원철

경기당 25.6점을 올려 2017~2018 시즌 득점왕에 오른 안양 KGC인삼공사 데이비드 사이먼이 퇴출됐다. ‘큰 키’ 때문이다.

프로농구연맹(KBL)은 지난달 5일 외국인 선수 신장 기준을 새로 정했다. 새 기준에 따르면 다음 시즌(2018~2019)부터 KBL에서 뛸 외국인 선수는 장신이라면 2m 이하, 단신이라면 186cm 이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야 경기 속도가 빨라져 ‘재밌는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게 KBL 설명이다.

공식 키 203cm인 사이먼은 재측정을 요구했다. 2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키를 쟀다.

중앙일보 4월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국에서 은퇴하고 싶다던 사이먼은 “KBL이 정한 규칙이라 받아들이긴 하지만 이해가 안 된다.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못 하고 떠나게 돼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2010~2011시즌부터 KBL에서 5시즌을 뛰었다.

전주 KCC 찰스 로드(200.1cm)는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는 6일 KBL센터를 방문해 키를 쟀다. 이례적으로 취재진 20여명이 몰렸다.

키를 재기 위해 양말을 벗고 기구 위에 올라선 찰스 로드의 얼굴엔 긴장감을 넘어 비장함마저 흘렀다.

″발 붙이세요. 어깨 쭉 펴시고요. 무릎 펴세요.”

신장 측정에 나선 KBL 직원은 거듭 로드의 자세를 바로잡았다. 혹시라도 무릎을 구부릴까 한 사람이 무릎을 붙잡고, 로드보다 머리 하나 이상 작은 다른 직원이 의자 위에 올라서서 가로대를 내렸다.

“199.2㎝입니다.”

연합뉴스 4월6일)

원주DB의 로드 벤슨(206.7cm)은 다음 시즌 은퇴를 결심했다. 서울 SK 제임스 메이스(200.6cm)는 ‘찰스 로드‘가 될지, ‘사이먼’이 될지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상이 걸린 구단들은 ‘키 작아지는 비법’을 수소문하고 있다.

1. 저녁에 잰다

아침엔 키가 크다. 저녁에 재면 1~2cm 정도 작게 나오기도 한다. 문경은 서울 SK 감독이 최근 소속 선수 제임스 메이스를 두고 ”저녁에 키를 재면 무조건 통과할 것이다”라고 말한 이유다.

 

2.역기를 든다

조선일보 4월6일)

3. 많이 움직인다

중앙일보 4월5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손대범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은 “국내프로농구가 시대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KBL은 득점 때문에 인기가 떨어진게 아닌데,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