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20억 공천 제의 바로 탈락시켰다…맑은 공천해야”

돈을 든 가방을 매고 직접 찾아오거나 10억원을 들고와 공천 자리를 달라고 했다.

2018-03-19     김성환
ⓒ뉴스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공천 심사를 하며 20억을 주겠다는 제의도 받아봤다”며 공천심사위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자유한국당은 14일부터 중앙당 공관위가 지방선거 예비후보 심사면접을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홍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중앙-시도당 맑은공천 연석회의’에서 공천관리위원장 및 간사 등을 맡고 있는 시당위원장들에게 “공천심사를 하면서 과거처럼 절대 갑질을 해선 안된다. 우리가 모시고 오는 공천, 그리고 맑은 공천을 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17대 때 공천심사위원을 하면서 영남 어느 지역에서 20억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은 적 있다”며 “월요일 심사 시작하는데 일요일 새벽 돈을 룩색(가방)에 매고 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30분간 벨을 누르다 돌아갔고, 월요일에 (국회의원)회관으로 와 20억을 제의하더라”며 “그 지역부터 심사해 바로 그 사람을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동대문(에 지역구 의원으로) 있을 땐 구청장 공천 달라고 서울시 모 국장이 10억을 가져왔다. 우리 당 강세지역에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맑은 공천을 하지 않으면 여러분들 정치 생명도 끝나고 당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해, 부패·갑질 공천의 경우 검찰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음을 환기시켰다. 그는 “지금 MB(이명박) 수사하는 것을 보라. 세상에 비밀이 없다”면서 “지금은 가족도 못 믿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평생 집사 노릇 하던 사람이 등을 돌린다”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 수사할 때 보라, 수족처럼 부리던 애들이 등을 돌린다. 지금 세상에 믿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공천 끝나면 고마워하는 사람은 한 사람이고, 비난하는 사람은 지역마다 10명 이상”이라며 “오해받을 행동을 해선 안된다. 문자나 전화를 주고받아서도 안된다. 전화는 100% 녹음을 전제로 하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나는 정치에 들어온 이래 전화를 하면서 언제나 내 전화는 녹취가 된다는 것을 전제로 전화를 한 지 23년이 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갑질공천’이 이뤄질 경우 중앙공심위에서 지역시당의 공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공천이 무슨 큰 권한이라고 공천심사가 벼슬이라고 생각하고, 후보자를 난도질하고 모욕주고 갑질 공천하는 사례가 올라오면 중앙공심위에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늦어도 4월 중순까지는 공천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홍 대표는 “조기에 후보가 확정되면 경쟁자를 따라갔던 사람들은 이탈하기 때문에 무소속 출마가 어려워진다. 조속한 공천만이 그 사람들(무소속 출마자들)의 힘을 빼고 당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4월 중순까지는 공천을 마무리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