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눈의 들보부터 뽑으라” 부글부글 여의도
‘미투(#MeToo) 무풍지대’인 국회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일상에서는 성차별적인 발언, 술자리에서는 성희롱 발언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던 의원님의 입이 아직 제 눈에 선하네요. 덕분에 전 여전히 그때의 기억과 트라우마에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함부로 미투를 응원하네, 어쩌네 하지 마세요.”
국회 보좌진과 직원들의 고충을 나누는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대나무숲)에 지난 13일 올라온 글의 일부다. 여야 정당의 지도부가 일제히 ‘미투’(Me Too) 운동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 때 올린 것으로, 국회도 성폭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 뒤 사회 전 분야에서 한달째 거세게 미투 바람이 불고 있지만 국회는 아직 무풍지대다. 약자인 여성 보좌진이 하소연할 곳은 이 익명게시판 정도다.
대나무숲에 글을 올린 이들은 “검사님의 용기에 박수를 치면서도 씁쓸하다. 나는 아무 말도 못했는데”라거나 “요새는 여자 보좌진들끼리 만나면 미투 얘기만 한다. ‘너도 미투야?’로 시작하면 얘기가 끝이 없다”고 탄식했다. 한 보좌직원은 “미투 운동을 정치권에서 응원하는 것을 보면 남의 눈의 티끌을 욕하기 전에 제 눈의 들보부터 뽑으라고 말하고 싶다”며 “영감들(국회의원) 중에 자기 방에서 성추행 일어났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피해자를 내보내고 가해자는 계속 두는 사람도 있다”고 꼬집었다. “미투 운동이 한창인데 왜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이 모인 여의도 국회는 조용할까. 이곳만 유독 조용한 그 이유에 주목해 달라”는 호소와 “미투야 더 세게 불어라. 부디 국회에도 불어와 달라”는 바람도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