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기적이다.
우리는 종종 스포츠로 국경과 인종, 성별, 언어의 장벽을 모두 뛰어넘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하곤 한다.
25일 폐막된 평창동계올림픽도 물론 그 무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 왔던 이 미국 기자만큼 극적으로 그 기적을 체험한 사례는 없을 것 같다.
미국 야후스포츠의 유명 야구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은 평창동계올림픽 취재를 위해 한국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겪은 사연을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서울로 올라와서 홍대 인근에서 저녁을 보낸 뒤, 일행과 함께 택시에 올라탔다.
60대로 추정되는 택시기사는 ”굵고 낮은, 권위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었으며, 일행 다섯 명이 택시에 탄 게 못마땅했는지 ”마지못해” 운전을 하며 혼자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파산을 뺀 나머지 4명을 내려준 뒤, 택시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기적은 이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의 트윗을 바탕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았다.
택시기사 : 유에스에이?
파산 : 예스.
택시기사 : (고개를 끄덕이더니) ”프로 베이스볼?”
파산 : (약간 당황하며) ”프로 베이스볼!” (자신이 야구 칼럼니스트라고 설명하려 함)
택시기사 : (약간 놀란 듯이 바라봄)
파산 : (대화가 끝난 줄 알고 방심함)
택시기사 : (대뜸) 랜디 존슨! 패스트볼!” (두 손으로 무언가 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펑 하는 폭발음을 흉내 냄)
파산 : (속으로 생각한다) ‘아니 혹시.... 이것은... 랜디 존슨의 (154km짜리) 패스트볼에 비둘기가 맞아 즉사한 사건을 말하는 게 아닌가!’
택시기사 : (또 대뜸) 커트 실링!
파산 (당황하며 또 혼자 속으로 생각한다) ‘아니 왜 이 아저씨는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선수 이름을 부르는 걸까.... 아... 김병현이 그 때 이 팀의 마무리 투수였지...’
택시기사 : 새미 소사!
파산 : (새미 소사의 최근 사진을 보여준다.)
택시기사 : (놀란 표정을 지으며) 새미 소사?
파산 : (갸우뚱한다)
(중략)
택시기사 : 켄 그리피 주니어!
파산 : (마이크 트라웃, 브라이스 하퍼, 애런 저지 등 다른 선수들의 이름을 댐. 그러나 택시 기사가 알고 있는 선수는 오직 ‘클레이튼 커쇼’ 뿐이었음) ‘아... 커쇼... 류현진...’
I figure it’s silence the rest of the way. Only he says, “USA?” I say, “Yes.” He nods, and then he looks at me and says, “Pro baseball?” And I have to compose myself for a second, because of all the things for a random cabbie in Seoul to say, I did not expect “Pro baseball.” 3/11
— Jeff Passan (@JeffPassan) February 25, 2018
Naturally, I say “Pro baseball!” I try to tell him I write about pro baseball! He gives me a quizzical look. I figure our moment is going to end there. Then the cabbie says, “Randy Johnson!” Holy shit! Did he just say Randy Johnson? 4/11
— Jeff Passan (@JeffPassan) February 25, 2018
He continued: “Randy Johnson! Fastball!” Then he put his hands together, spread them apart and made an exploding noise. And I’m pretty sure the cabbie driving me home in Seoul was letting me know that Randy Johnson once destroyed a bird with a fastball. 5/11
— Jeff Passan (@JeffPassan) February 25, 2018
“Curt Schilling!” he continues, and I’m wondering why he’s naming 2001 Arizona Diamondbacks when it dawns on me: Byung-Hyun Kim was their closer, and when the Diamondbacks were in the World Series, Korean fans tuned in to watch Kim, a native son. 6/11
— Jeff Passan (@JeffPassan) February 25, 2018
The cabbie wasn’t done. “Sammy Sosa!” he said. I showed him a recent picture of Sosa. His eyebrows jumped. “Sammy Sosa?” he said. 7/11
— Jeff Passan (@JeffPassan) February 25, 2018
The last player he brought up was Ken Griffey Jr. I tried to run some names by him: Mike Trout, Bryce Harper, Aaron Judge. The only one he knew was Clayton Kershaw. I’m not positive why Kershaw -- probably Hyun-Jin Ryu? -- but he nodded and motioned with his left arm. 8/11
— Jeff Passan (@JeffPassan) February 25, 2018
이 택시기사는 아마도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 프로야구를 즐겨 봤던 것 같다.
그가 언급한 선수들은 당시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던 인물들이다.
큰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강속구로 이름을 날렸던 랜디 존슨과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윙’을 보유하고 있던 강타자 켄 그리피 주니어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또 커트 실링은 ‘인간계의 에이스’로 불리던 명투수였다. 새미 소사는 당시 마크 맥과이어와 함께 홈런왕을 주고 받으며 이름을 날렸(으나 약물 복용 사실 때문에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하지 못하고 불운하게 은퇴했)던 선수다.
파산은 ”그는 영어를 거의 몰랐고, 나는 한국어를 더 몰랐다”며 ”서로 완전히 다른 언어를 썼음에도 우리는 15분 동안 진짜 대화를 나눴다”고 적었다.
″야구. 아니 프로야구, 프로야구가 우리의 유일한 통역사였다.”
이어 그는 ”훌륭한 올림픽 개최지”였던 평창과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해 준 서울에게 ”감사합니다(Gamsahamnida)”라는 인사를 남겼다.
When you see leagues pushing for a foothold in other countries, this is why. The universality of sports isn’t just the domain of the Olympics. It’s soccer, it’s basketball and, yes, it’s even pro baseball. 10/11
— Jeff Passan (@JeffPassan) February 25, 2018
I’m tweeting from over the Pacific, on my way back to cover baseball, the perfect bridge to that built, of all people, by a cabbie in a city of 10 million. Gamsahamnida, PyeongChang, for being a truly great Olympic host -- and to Seoul, too, for an unforgettable night. 11/11
— Jeff Passan (@JeffPassan) February 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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