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스포츠 야구 기자가 60대 서울 택시기사와 나눈 기적의 대화

유에스에이? 프로 베이스볼??

2018-02-26     허완
ⓒEzra Shaw via Getty Images

이것은 기적이다.

우리는 종종 스포츠로 국경과 인종, 성별, 언어의 장벽을 모두 뛰어넘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하곤 한다.

25일 폐막된 평창동계올림픽도 물론 그 무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 왔던 이 미국 기자만큼 극적으로 그 기적을 체험한 사례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서울로 올라와서 홍대 인근에서 저녁을 보낸 뒤, 일행과 함께 택시에 올라탔다. 

60대로 추정되는 택시기사는 ”굵고 낮은, 권위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었으며, 일행 다섯 명이 택시에 탄 게 못마땅했는지 ”마지못해” 운전을 하며 혼자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파산을 뺀 나머지 4명을 내려준 뒤, 택시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기적은 이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의 트윗을 바탕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았다. 

택시기사 : 유에스에이?

파산 : 예스. 

택시기사 : (고개를 끄덕이더니) ”프로 베이스볼?”

파산 : (약간 당황하며) ”프로 베이스볼!” (자신이 야구 칼럼니스트라고 설명하려 함)

택시기사 : (약간 놀란 듯이 바라봄)

파산 : (대화가 끝난 줄 알고 방심함)

택시기사 : (대뜸) 랜디 존슨! 패스트볼!” (두 손으로 무언가 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펑 하는 폭발음을 흉내 냄)

랜디 존슨의 (154km짜리) 패스트볼에 비둘기가 맞아 즉사한 사건을 말하는 게 아닌가!’ 

택시기사 : (또 대뜸) 커트 실링!

파산 (당황하며 또 혼자 속으로 생각한다) ‘아니 왜 이 아저씨는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선수 이름을 부르는 걸까.... 아... 김병현이 그 때 이 팀의 마무리 투수였지...’

택시기사 : 새미 소사!

파산 : (새미 소사의 최근 사진을 보여준다.)

택시기사 : (놀란 표정을 지으며) 새미 소사?

파산 : (갸우뚱한다)

(중략)

택시기사 : 켄 그리피 주니어!

파산 : (마이크 트라웃, 브라이스 하퍼, 애런 저지 등 다른 선수들의 이름을 댐. 그러나 택시 기사가 알고 있는 선수는 오직 ‘클레이튼 커쇼’ 뿐이었음) ‘아... 커쇼... 류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