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대응, 왜 실패했나

감염병 예방관리는 기본적으로 '정치'의 영역이다. '의료'나 '의학'의 영역이기보다 자원배분 및 권력행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감염병의 전파와 확산은 불확실성이 크고, 개인의 행동으로 이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객관적 문제의 크기 및 심각성과 상관없이 대중적 공포를 동반한다. 그러므로 효과적 예방관리를 위해서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신속하고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중의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개인의 권리를 제약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으며,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공포를 관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이번에도 아무런 '정치적 행위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정치를 하려 했다.

2015-06-11     이상윤
ⓒ연합뉴스

방역은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권력이 우월성을 보이는 분야였다. 방역을 위해서 중앙집권적 권력 행사, 방역기관에 의한 정보독점, 일사불란한 지휘·집행체계의 운용,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제약 등의 수단이 사용되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권력은 방역대책에 능했다. 또한 방역은 '국민국가' 개념, '국가안보' 이념과 조응한다. 미국은 전통적 자유주의 국가이면서도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한 권력과 자원을 가진 방역 시스템을 운영한다. 생물학적 테러 등의 위험에 대비하여 국가 안보·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다.

국가의 기본인 방역조차 실패한 정부

감염병 예방관리는 기본적으로 '정치'의 영역이다. '의료'나 '의학'의 영역이기보다 자원배분 및 권력행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감염병의 전파와 확산은 불확실성이 크고, 개인의 행동으로 이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객관적 문제의 크기 및 심각성과 상관없이 대중적 공포를 동반한다. 그러므로 효과적 예방관리를 위해서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신속하고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중의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개인의 권리를 제약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으며,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공포를 관리해야 한다. 원칙에 따르되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취합·분석·종합함으로써 경우에 따라 예방관리대응의 큰 줄기를 바꿀 수 있는 실용주의도 필요하다. 정해진 매뉴얼이 있지만 매뉴얼에 빈 공간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채워나갈 판단력과 결단, 그리고 그로 인한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는 결의가 필요한 것이다.

어떤 대응이 필요했나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앙정부의 정치공백 상태를 메우려는 시도를 했다. 선제적으로 행동하며 지자체와의 정보 공유 및 공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는 감염인의 개인행적을 공개하며 낙인효과를 낳았다는 논란과, 메르스 방역에 있어 지자체의 책임과 권한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병원 명단 공개 등 감염예방에 필요한 정보의 공유 및 공개는 중앙정부가 먼저 했어야 했다. 논란이 되더라도 그 필요성을 설득하고 논란에 대응하는 것도 정부의 일이었다. 정부는 박원순 시장의 대응으로 병원 정보공개에 따른 책임 부담은 덜었을지 모르나, 추가 감염예방의 시기를 놓쳤고 정치적으로도 이니셔티브를 상실했다. 그 이후 서울시가 행한 대책이 메르스 방역에 실효성이 있는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정부 대책의 미비점을 드러내 정부가 다른 방식의 의사결정을 하도록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이대로 위기는 봉합되지 않는다

가장 잘해야 하고 잘할 수 있는 방역조차 책임지지 못한 보수정권이라. 아마도 현 정권은 보수세력 안으로부터의 내파(內破)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기근과 역병은 종종 민란을 불렀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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