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작가가 웹툰 시장의 급성장에 대해 "허망하게 들린다" 말하는 배경

2018-01-30     곽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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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경제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16년 웹툰 시장 규모는 5480억으로 2013년 1500억 수준에서 3년 만에 4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얼마 남지 않은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연평균 성장률 10.8%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허망하고 허무하다"고 말한다. 만화가협회장을 맡고 있는 윤 작가는 30일 '공정한 웹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토론회'(문화체육관광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최)에서 이렇게 말했다.

웹툰 시장이 곧 1조원에 육박한다고 하지만, 과연 내부적으로 그에 걸맞는 모습인지 의문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허망하고, 허무하게 들립니다. 작가들이 웹툰 업계의 성취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큰 정책도 중요하지만 매우 작은 디테일에서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업체가 작가에게 프로정신을 요구하듯이, 업체도 작가를 대할 때 프로정신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상생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우리가 함께 사는 길이 될 것입니다."

레진코믹스와 코미카 사건이 꼽힌다.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는 △웹소설 일방 종료 △해외 서비스 고료 미정산 △지각비 등으로 비판받았으며, 최근에는 자사에 비판적인 작가들을 프로모션에서 배제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을 입증할 내부 문건까지 공개된 상황이다. 또 다른 웹툰 플랫폼 코미카에서는 연재를 시작한 지 3개월~1년 정도 된 작가 30여명에게 '매출 저조'를 이유로 갑자기 '연재 중단'을 통보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업체의 요구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원고를 수정하면서도 '원고가 최종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료를 일절 받지 못한" 사례도 있으며 "업체의 '동의'가 없으면 아파도 휴재하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덧붙인다.

"수십년 전인 출판 만화계 시절부터 내려온 악습"이라고 표현하며 "창작자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콘텐츠 시장이 얼마나 갈 수 있겠느냐"라고 묻는다. 박 교수는 "공정한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상생할 수 있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작가들이 거리로 나와 싸워야지만 이슈화되는 게 아니라 상시적으로 불공정 행위들을 제보받고 이를 중재할 수 있는 공적인 틀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산하의 공정환경 조성센터와 같은 조사, 중재,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

표준계약서 개발 △무분별한 비밀유지조항의 개선 △표준계약서 미도입시 국가지원사업 제한, 직권조사 실시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표준계약서 개정'과 '활용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전문가 협의체 운영, 지역별 간담회 개최 등 의견 수렴을 거칠 계획. 문화부는 공정한 웹툰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각계의 목소리를 들은 뒤 이를 올해 안에 발표할 '만화산업 육성·지원 기본 계획'에 담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