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이 떡볶이 논란에 대해 직접 답했다(인터뷰)

2018-01-24     김도훈
ⓒtVN

발단은 지난 1월 17일 방송한 tvN '수요미식회'의 ‘떡볶이 대토론’ 꼭지였다. 방송 패널로 출연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한국 사람들이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유아기에 흔히 주어졌던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논란이 되자 황씨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입에 맛있어도 없다고 이야기하는 음식이 있고, 맛없어도 맛있다고 이야기하는 음식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게 치킨이랑 떡볶이”라며 “이건 관능적으로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세뇌한 맛있는 음식”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일련의 논란이 떡볶이 애호가들을 자극했다. 방송이 나가고, 황씨의 페이스북 글이 주목을 받자 트위터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일부 사용자들은 황씨가 한 떡볶이 업장의 광고에 모델로 등장한 누리집 대문 사진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일부는 “자본주의의 승리”, “카스 광고한 고든 램지 격”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방송에선 떡볶이를 “맛없다”고 헐뜯어놓고, 떡볶이 광고에 등장한 이중성을 꼬집는 반응이다.

소셜미디어에서 퍼진 해당 업체의 광고.

페이스북을 통해 해명을 남겼다. 그는 “(후배를 통해 광고 제안이 들어왔는데) 내게 줄 광고료 대신에, 내 이름이 붙은 메뉴가 팔릴 때마다 일정의 이익분을 떼 내어 불우 어린이 돕기에 쓰자 하였다. 그렇게 하여 일정 수익금을 한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2년도 넘은 일이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기부 광고로 인연을 맺은) 이 회사에서 떡볶이 매장을 낸다며 내 이미지를 쓰고 싶다 하였다. 서로 많이 웃었다. 평소에 떡볶이 맛없다고 말하는 것을 그 회사 사람들도 후배도 나도 심지어 소비자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말 떡볶이는 맛이 없는가? 우리가 떡볶이를 두고 맛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세뇌당했기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떡볶이의 맛이 ‘학습’된 것은 맞다. ‘편한식품정보’의 대표이자 식품공학자인 최낙언 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습하지 않고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느끼는 맛의 감각은 5가지 뿐”이라며 “맛이라고 하는 게 대부분 학습의 결과다. 태어나자마자 맛있다고 할만한 것은 단맛, 감칠맛, 적당한 짠맛, 고소한 향, 잘 익은 과일 정도”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가지고 굳이 떡볶이와 치킨을 걸고넘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는 점이다. 학습된 맛이라는 것에 떡볶이의 맛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돈가스, 카레, 제육볶음 등 우리가 먹는 모든 맛은 학습된 것이다. 최 대표는 “찰기가 없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도 사람에게 우리 쌀을 주면 목에 걸릴까 무서워 먹지 못한다. 서양인은 우리가 당연히 맛있다고 느끼는 참기름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이게 바로 음식의 맛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학습되는 문화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음식 주점 ‘로칸다 몽로’의 박찬일 쉐프 역시 '매일경제'에 쓴 칼럼에서 “온갖 먹거리가 새로 나오고 시장을 주도하지만 여전히 우리 간식은 떡볶이와 순대, 어묵꼬치가 선두를 달린다. 세대가 바뀌어도 유혹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음식들이기 때문”이라며 “값이 싸서 누구나 쉽게 사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됐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특히 1960년대 있었던 ‘무미일’이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는 2018년 현재 10대들이 떡볶이 맛을 즐기는 이유를 설명하기가 힘들다. 최낙언 대표는 “딸을 키워보니 요즘 아이들은 어른이 시킨다고 먹지 않는다. (떡볶이의 맛이) 사회적으로 세뇌되었다고 말할 만한 증거가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황교익 평론가가 인문 사회적 맥락에서 한 발언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떡볶이 논란’에 대해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한겨레'에 직접 답한 내용이다.

=“최 대표의 의견에 동의한다. 인간이 태어나서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단맛 , 감칠맛 , 짠맛 세 가지뿐이다 . 그 외의 쓴맛 신맛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음식에 대해 한 취향은 7살 이전에 어떤 향과 음식에 쾌락을 붙였느냐에 따라 세팅이 된다고 본다. 7살은 홀로 먹이활동을 하기 시작하고 부모 객체와의 ‘심리적 유기’ 가 일어나 독립된 개체가 되는 시기다. 인간은 어느 인종이건 어느 국가의 국민이든 간에 감각기관과 뇌는 동일하다. 기호와 혐오 음식이 나뉘는 건 유아기에 어떤 음식을 먹어냈는가의 차이에 따라 발생한다 . 우리가 음식을 본능의 영역이 아니라 문화의 영역으로 보는 이유다 . 특히 나는 이 기간에 엄마와 아이 사이에는 ‘쾌락의 복사 ’라는 작용이 일어난다고 본다 . ‘복사 ’는 누군가 정의한 것은 아니고 ‘학습 ’과 구분 짓기 위해 내가 사용하는 말이다 .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신맛과 쓴맛을 거부한다 . 아이들에게 시거나 쓴 것을 먹이면 진저리를 친다 . 그런데 아이는 엄마가 쓰거나 신 것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함께 경험하며 신맛과 쓴맛에 쾌락을 붙이는 방식으로 먹어낸다 . 이때는 아직 의지를 갖추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학습과는 조금 다르다 .”

-사람들이 떡볶이에 어린 시절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뜻인가 ?

‘떡볶이 연구소’를 세웠고 프랜차이즈를 장려했다 . 이 시기를 지나며 사회적으로 떡볶이에 대한 노출이 늘었을 것으로 본다 .”

-어묵도 아니고, 족발도 아니고 굳이 치킨과 떡볶이를 꼬집어 말한 이유도 사회적인 맥락 때문인가 ?

-논란이 될 발언을 한 게 여러 번이다 . 예전에는 ‘1980-90년대 한국의 모유 수유율이 낮아 당시에 태어난 세대가 단맛에 길들여 졌다 ’는 발언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 이렇게 이슈 파이팅을 하는 이유가 전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헤게모니 ’(패권)를 잡기 위한 것을 아닌가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