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과하다

매체마다 기본 논조가 있고 독자들의 요구를 의식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최소한 사실관계를 비틀거나 본말을 뒤집는 것은 삼가야 한다. 태블릿 피시까지 문제삼는 걸 보면 이러다 적폐옹호의 최전선에 나서려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일련의 보도는 과하다는 느낌이다.

2018-01-16     김이택

지난해 12월18일치 <조선일보> 1면 제목이다. 2면에도 "UAE가 원전 항의 방한 추진하자...한국, 임종석 급파"라는 제목을 머리로 올렸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항의했고, 이를 무마하러 임 실장이 급히 특사로 갔다는 취지다.

(1월10일치 사설)라고 주장했다. "전 정권을 공격할 거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다가 제 발등을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문제를 국내 정쟁에 이용하겠다고 접근했다가 UAE를 자극한 것이다"라고 정부를 나무랐다.

(1월12일치 29면)라며 '오보' 아니냐고 물을 정도로, 사실관계도 확인 않은 채 급히 내보낸 첫 보도로 한달 가까이 온 나라를 들쑤셔 놓고는 정부만 탓하는 건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10월21일치 27면) 등 태블릿 피시가 최순실씨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월간조선> 편집장의 칼럼을 두차례나 실었다. 가짜라고 우기던 태극기부대 등 극단세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구실을 했다. 그러나 기기를 열기만 해도 이미지가 자동 형성되는 섬네일 사진의 기본원리나 시스템 파일의 생성 이치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도한 문제제기다.

(2017년 11월27일치 사설)고 주장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초기 파격적으로 1면에 실은 기명칼럼에서 "대선 여론조작 목적이라면 하루평균 방문객 수가 네이버의 1%도 못 되는 사이트를 골랐겠느냐"(2013년 4월24일치)며 국정원을 감싸던 것과 같은 논리다. 사이버사가 이미 상당수 댓글 증거를 은폐했고, 선거 영향력 여부와 관계없이 군부대의 정치댓글 자체가 헌법 위반의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외면한 무리한 주장이다.

매체마다 기본 논조가 있고 독자들의 요구를 의식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최소한 사실관계를 비틀거나 본말을 뒤집는 것은 삼가야 한다. 태블릿 피시까지 문제삼는 걸 보면 이러다 적폐옹호의 최전선에 나서려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일련의 보도는 과하다는 느낌이다.

가 창간 초부터 미디어비평을 이어온 것도 조금이나마 서로에게 자극제가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한겨레 역시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잘못된 보도도 많을 것이다. 발행부수가 제일 많다는 조선일보이니 책임도 더 크게 느껴야 한다. 다른 보수언론과 야당이 최근 무리한 주장을 펴는 데는 조선일보 영향도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최근 제정한 윤리규범에서 '속보경쟁을 위해 정확성을 희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모든 언론이 새겨야 할 규범이다.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