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는 미국 국방부의 복잡한 속사정

2018-01-16     허완

북한 핵·미사일이 초래할 잠재적 위험에 대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그동안 비교적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왔다. 북핵 문제는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대북 군사 옵션도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제2의 한국 전쟁' 가능성에 대한 그의 입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8월10일 발언이다.

여기에서 방점은 '북한과의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데 찍혀있다. 그는 북한과의 전쟁에는 '어마어마한' 대가가 뒤따른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군은 조용히 최후의 수단에 대비한다 : 북한과의 전쟁'에 이를 일부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최후의 수단

포트 브래그(Fort Bragg)'에서는 아파치 헬기와 치누크 수송헬기 48대가 동원된 훈련이 실시됐다. 실시간 포격 상황에서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병력과 장비들을 수송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에 맞춰 미국 국방부는 예전보다 더 큰 규모의 특수작전부대를 한반도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NYT는 전했다. 몇몇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과거 이라크 및 시리아에서 봤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한국 기반 태스크포스' 형태의 초기 단계로 규정한 반면, 다른 관계자들은 이 계획이 대(對)테러 작전에 한정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NYT는 20여명의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 및 고위 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 훈련들은 어떠한 한반도에서의 잠재적 군사 행동에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매티스 장관과 각 군 총장의 지시를 상당부분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 기지에서 열린 나토(NATO) 연합 군사훈련 당시 미국 공군 82공수사단이 낙하훈련을 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의 영향으로 군 고위 지도자들은 컨틴전시 플랜을 가속화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

16년 동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시리아에서 반군과 전투를 벌인 이후 미국 군 지휘부는 미군이 가공할 군대와 방공 체계를 갖추고 강력하게 무장된 지상군을 제압하는 전통적 임무보다 국가 없는 무장단체를 상대로 한 작전에 더 잘 준비되어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다음달로 계획된 예비군 훈련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마무리된 후 대부분 휴면 상태에 들어갔던 동원 센터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에서 열린 2014 월드컵 같은 과거 글로벌 이벤트에 미군이 특수작전부대를 파견하긴 했지만 그 규모는 보통 100명 가량이었다. 몇몇 당국자들은 이는 한국에서 열릴 (평창) 올림픽에 파견될 숫자보다 훨씬 적은 규모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들은 그러한 가능성을 일축했다. (뉴욕타임스 1월14일)

참패의 교훈

카세린 패스 전투'(1943년)와 한국전쟁 당시 미군 최초로 참전한 스미스 특임대의 오산 전투(1950년) 사례다.

북한군에 의해 격파 당한 사건을 뜻한다.

국가를 상대로 한 전쟁은 반군이나 무장단체를 상대로 하는 전쟁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방공 체계, 탱크, 보병, 해군, 심지어 사이버무기"까지 동원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군사력을 어떻게 평가하든, 북한이 체계적으로 훈련된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반군이나 무장단체와는 다른 차원의 상대다.

사진은 2015년 지명 당시 상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밀리 미국 육군참모총장의 모습.

NYT는 네바다주 훈련을 소개하며 이 훈련이 한반도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활용될 수 있다는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훈련은 "전 지구적 준비태세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NYT는 한국이나 일본을 피하라는 여행경고도 내려진 바가 없고 미국 기업들에게 주의를 내린 곳도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NYT는 "그곳에 있는 미국인과 다른 이들에게 먼저 경고를 하지 않고서 국방부가 한반도에서 군사 작전을 개시할 가능성은 낮다고 군 관계자는 말했다"고 전했다.

"군대의 임무는 어떠한 만일의 사태에 대해서도 완벽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북한(과의 전쟁)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고, 명령이 내려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통령과 국가안보팀의 최대 관심사인 만일의 사태에 준비되어 있어야 할 필요성은 군 지휘부로 하여금 예정된 훈련 기회들을 준비태세 강화에 활용하도록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만약을 위해서다."

(왼쪽부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그리고, 약간의 정치적 해석

매티스 장관은 '서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대북 군사옵션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그런 옵션은 존재할 수 없다고 본다. NYT는 '그의 생각을 잘 아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매티스 장관 본인도 그런 옵션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은 군사 옵션을 언급하며 북한를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고, 한반도에 막강한 전략자산을 보내기도 했다. 북한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에 따라 조용히 훈련을 강화하고 대비태세를 점검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NYT는 "그러나 1991년 걸프 전쟁이나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매우 공개적으로 병력을 증강하며 외교적 합의를 하도록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압박하려 했던 것과는 달리, 국방부는 예기치 않게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대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같은 준비 상황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을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매티스 장관으로서는 군 체계와 준비태세를 점검함과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효과도 있다. 비교적 차분하게 중심을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매티스 장관이 북한을 겨냥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곤 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을 잠재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론적으로는 쉬울지 몰라도 균형을 유지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특히 예측하기 어려운 두 지도자들 사이에서라면 더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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