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짜리 사랑의교회 ‘바벨탑'은 무너지는 걸까요?

2018-01-12     백승호

‘서초구청이 내준 도로점용 허가는 불법이다’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사랑의교회는 예배당을 철거하고 도로를 원상 복구해야 합니다. 이 건물을 짓는데 들인 비용은 2900억원입니다. 예배당을 철거하고 도로를 복구하는 비용도 390억가량이라고 합니다.

예배당 크기 늘리려 공용도로 파고 들어가

사랑의교회는 2009년 6월 현재 교회 부지를 대림산업으로부터 1175억원에 매입했습니다. 하지만 설계 과정에 뜻밖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매입한 부지가 예상보다 작아 4500석 규모의 예배당밖에 만들 수 없다는 견적이 나온 겁니다. 애초 예상했던 6000석보다 작았습니다. 2003년 부임한 오정현 목사는 예배당 크기를 늘리기 위해 인근 공공도로의 지하를 파고들어 가기로 했습니다.

2011년 ‘사랑의교회’ 건설 현장. 빨간 점선 부분이 사랑의교회가 점유한 공공도로다

도로점용허가 및 건축허가를 내어줬습니다.

오정현 목사 “사회법 위에 영적 제사법 있다”

오 목사는 2012년 8월 설교에서 공공 도로 지하 부분을 포기하고 교회 본당을 줄이자는 의견에 대해 “그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기회를 잘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설계 변경과 건축 기간 연장 등 수백억의 돈이 더 들어가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황당함이 있기 때문에 결국 그 말은 건축하지 말자는 말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 마디로 말해 영적인 배수진을 쳤고, 출사표를 던졌다”고 덧붙였죠.

파기환송심 1심·2심 재판부 “도로 점용 허가는 위법”

서초구민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어제(11일) 나온 항소심의 판단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는 도로 점용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뒤 “도로 지하 부분을 이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도로점용 허가를 추진한 데는 대형교회를 지향하여 거대한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의도가 상당히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사랑의교회가 기부 체납한 어린이집에 대해서도 “종교시설 건물 내에 설치된 어린이집은 통상 해당 종교를 가지고 있는 교인들에게 친숙하게 느낄 수 있어 다른 종교가 있거나 종교가 없는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기는 정서상 쉽지 않다”며 “일반인들이 거부감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영유아 보육시설을 확충하였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위 도로의 점용 목적은 특정 종교단체인 참가인(사랑의교회)이 종교시설을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는 것으로서 그 허가의 목적이나 점용의 용도가 공익적 성격을 갖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2016년 5월27일 대법원 판결문

사랑의교회 “확정되면 도로 원상복구하겠다”

그렇다면 이 도로의 지하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가 있을까요? 교회 예배당의 앞부분 강대상(교회에서 설교를 하는 대)과 지하 주차창으로 들어가는 진입램프 등의 시설이 들어가 있습니다. 사랑의교회는 예배당 일부를 철거하고 도로를 복구하는데 391억원가량이 든다고 이야기합니다.

빨간 선 아랫 부분이 공용 도로 아래에 건축됐다. 도로를 복구하면 빨간선까지 예배당을 철거해야 한다

사랑의교회는 12일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이 같이 공익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민들과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라는 불교계 시민단체가 연대해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며,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복구비 391억원은 누가 내야 하나

5. 점용기간이 만료되었거나 점용을 폐지 또는 허가가 취소되었을 때는 허가받은 자(사랑의교회)의 부담으로 도로를 원상복귀하여야 하며, 원상회복 전까지는 변상금을 납부하여야 한다.

사랑의교회는 허가를 받으며 모든 책임을 스스로 감당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초구청에 소송을 제기할 순 있겠지만 승소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사랑의교회는 서초구 부지에 교회를 올린 배경을 누리집에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회법을 어겨가며 지어올린 건물은 주님의 뜻이었을까요? 아니면 바벨탑처럼 크기와 성장, 성공 신화에 매몰된 한국교회의 탐욕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