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집으로 가다가 울음이 터졌다

솔직하게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점차적으로 사회적 가면을 벗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잘 웃거나 남의 시선이나 생각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제는 내 감정에 더 충실하고 나와 상대에게 균형 있게 관심을 보이며 솔직한 사람이 되었다.

2018-01-05     박지선

20대 중반의 이야기이다.

토요일 오후, 속상한 일이 있어서 친한 친구에게 만나자고 연락했고 약속 시간이 다 되어 약속 장소로 나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친구가 일이 늦게 끝날 것 같다고 볼 수 없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결국 약속이 취소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울음이 터졌다.

나는 그전까지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다녔고 약속도 많았다. 내가 외롭다는 것을 느낀 적도 별로 없었고 친구가 없다는 것을 느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정말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 만큼, 갑자기 연락해서 나오라고 요구할 만큼 친밀하고 편안한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피상적인 관계들뿐이었던 것이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진실된 관계가 뭔지도 몰랐었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집단에 참여를 했다. 그런데 집단의 규칙 중 하나가 상대방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솔직성? 그게 뭐야? 처음에는 잘 몰랐었다.

그렇게 까지 해서 사랑받고 싶어요?

그 일이 있은 후, 일주일이 참 힘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비참한 일, 내가 비굴하게 느껴졌던 일을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나에게 기분 나쁜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는데, 갈등이 두렵고 미움받는 게 두려운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실실 웃고 있었고 그 모습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 없었다. 미친 듯이 쪽팔렸다.

솔직하게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점차적으로 사회적 가면을 벗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잘 웃거나 남의 시선이나 생각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제는 내 감정에 더 충실하고 나와 상대에게 균형 있게 관심을 보이며 솔직한 사람이 되었다(그러하려고 현재도 매 순간 노력 중이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일부러 좋게 보이려고 했었던 때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고, 주변에 진실된 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생겼으며, 외롭지 않게 되었다.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