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저성과자에 죄수처럼 번호표 달고 말똥 치우게 했다

2018-01-03     김성환

“동료와 후배들 앞에서 죄수처럼 등에 8번 번호표를 달고 말똥을 치워야 했습니다. 그 때 심정은 모멸감이라고 해야할까요, 수치심이라고 해야할까요. 참담했습니다.”

지난 2015년 12월 한국마사회 간부급 직원이었던 강현석(58·가명)씨는 저성과자로 선정됐다는 인사 통보를 받았다. 그는 근무성적이 우수해 국내 한 대학원에서 교육연수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같은 달 4일부터 이듬해 1월15일까지 6주동안 강씨는 같은 처지의 동료 30명과 함께 성과역량 강화교육(저성과자 교육)을 받았다.

2일 <한겨레>가 입수한 2015년 마사회의 저성과자 교육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감사보고서) 중간결과를 보면, 농식품부는 당시 저성과자 교육에 대해 “비인권적 교육행태로 교육대상자들에게 수인하기 어려운 수치심 등 정신적인 불이익을 가했다”며 “(당시 회장이었던) 현명관 전 회장 등 고위간부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조직 문화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저성과자 교육은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된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일환이었다. 저성과자 교육대상자 31명(1명은 교육 직전 퇴사)은 교육과정의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을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했다.

강씨처럼 교육파견(교육연수), 기관파견 등으로 해당연도에 근무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이들도 저성과자에 포함됐다. 실제로 당시 저성과자로 선정된 이들 31명 가운데 10명은 직급 평균대비 근무평가 우수자 였고, 9명은 평균보다 약간 미흡한 사람들이었다. 7명은 파견·연수 등으로 근무평가에서 제외됐던 이들이다. 27명이 객관적인 성적과 상관없이 저성과자가 됐다는 의미다.

말똥을 치우거나 볏짚을 나르는 등 마사회 소속 전북 장수목장에서 1박2일(12월5일~6일) 동안 진행된 교육에서는 이름 대신 번호표가 교육대상자들의 등에 부착됐고, 카메라가 대상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다. 안전보호장구는 지급되지 않았다.

내부교육의 경우 전문교육업체가 아닌 현명관 당시 회장이 과거 몸담았던 삼성물산의 전 인력개발팀장인 유아무개 강사 개인에게 주로 맡겼다. 현 전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유 강사는 전체 교육 71시간 중 57시간을 강의한 뒤 1700만원의 강사료를 챙겼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회사를 나온 장상호(56·가명)씨는 “하루하루가 악몽같았다. 26년 다닌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이 너무 괴로운 일이었지만 이미 저성과자로 낙인찍힌 이상 이런 상황이 끝없이 이어질것 같다는 막막함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 노조는 현명관 전 회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달 검찰에 고발했다.